[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음악 강대국 일본의 동력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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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오후 5시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공연장 제프 도쿄. 세계적 록 그룹 ‘마룬 5’의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팬들은 서너 시간의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공연을 봤다.

 2500석 규모의 제프 도쿄는 음악전문 공연장으로 자리 잡으며 라이브 음악의 전당이 됐다. 규모는 작지만 사운드는 뛰어나다. 수많은 정상급 뮤지션들이 공연했지만, 사운드에 대해 불평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가수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공연장에서 최고의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CD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도쿄에는 시부야 악스 등 이런 음악전문 공연장이 10여 개나 있다. 매주 국내 및 해외 뮤지션의 공연이 이어진다. 일본 음악시장은 한국의 10배 규모다. 그리고 일본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음악대국이다.

  음악강국 일본의 동력은 다양하다 . 무엇보다 여러 음악 장르가 공존하며 발전한다. 각 장르를 뒷받침하는 매니어층도 탄탄하다. 여기에 제프 도쿄처럼 뮤지션과 팬이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음악 공간이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관객 동원력은 크지 않지만, 주목 받는 신인가수들이 부담없이 공연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다.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제프 도쿄 같은 컨셉트의 공연장은 서울 광진구의 멜론 악스 정도다. 하나 있는 음악전문 공연장마저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있다는 불평도 나온다. 그래도 가수들과 음악관계자들은 고마워한다. 뮤지컬에 밀려 일반 공연장 대관이 ‘하늘의 별따기’ 같은 상황에서 음악전문 공간이 하나라도 있는 게 어디냐는 것이다. 일종의 자조에 가깝다. 최근 만난 한 중견가수도 공연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 없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

 요즘 인기가수들은 주로 1만 석 이상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같은 곳에서 공연한다. 하지만 모든 가수가 초대형 경기장을 이용할 수는 없는 일. 나락에 떨어진 음반 판매 때문에 공연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가수들이 ‘좌판’을 펼 자리마저 없는 우리의 모습이 씁쓸하다.

 도심을 활보하는 음반 홍보차량, 새 음반의 TV 광고,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음반매장 등 일본의 음악시장을 부러워하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소규모의 전문 공연장을 갖춘 일본의 음악 인프라는 마냥 부러워해도 될 것 같다. 침체에 빠진 국내 음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유일한 답안은 바로 공연장 확보이기 때문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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