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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Q: 인터넷 전화로 뭘 할 수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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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 회사의 직원이 인터넷 영상 통화 기능을 이용해 동료와 얼굴을 보며 얘기하고 있다.

요즘 신문을 읽다 '인터넷 전화'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나요. 지난주엔 LG데이콤이 가정용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죠. 이 기사는 '인터넷 전화 가입자끼리 통화할 경우엔 전화요금이 무료'라고 해서 눈길을 끌었죠. 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던 통신업체들이 이젠 가정 고객까지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답니다.

인터넷 전화가 어떤 거기에 이렇게 통신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는지 궁금하죠. 인터넷 전화란 기존 전화선 대신 인터넷선으로 음성 데이터를 주고 받는 전화를 말합니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 가입자는 인터넷이 연결된 PC에 관련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다음 헤드셋을 장착하거나 인터넷에 인터넷 전화 전용 단말기를 연결해 통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전화를 하는 '와이파이(Wi-Fi) 폰'이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인터넷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터넷 전화는 기존 전화와는 다른 요금체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 거리일수록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일반 전화와는 달리 인터넷 전화는 시내 통화나 시외 통화 구별 없이 전화요금이 같답니다. 인터넷 전화를 사용한다면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와 통화할 때도 "전화료가 비싸니 빨리 끊어라"라는 부모님 잔소리를 듣지 않겠죠. 국제전화 요금도 일반 전화에 비해 훨씬 쌉니다. 앞에 예를 든 LG데이콤처럼 같은 인터넷 전화 회사에 가입한 고객끼리는 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인터넷 전화가 이처럼 일반 전화보다 요금을 싸게 받는 비결은 인터넷망에 있습니다. 일반 전화로 시외전화를 걸 경우엔 시내전화망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존재하는 교환기와 시외전화망을 거쳐야 합니다. 전화망을 보유한 통신회사 입장에선 시외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시외전화선을 깔고 관리하는 데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시내전화보다 비싼 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전화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전화 사업자도 각 지역 전화망을 이용할 때마다 접속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멀리 통화할수록 비싼 요금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인터넷 전화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인터넷망으로 통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거리에 관계없이 동일한 요금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국제 전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 전화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 보컬텍(Vocaltec)이라는 이스라엘 통신장비업체가 PC와 PC를 연결해 통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부터입니다. 우리나라엔 1999년 새롬기술이라는 회사가 PC를 이용해 전화를 걸 수 있는 '다이얼 패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초기 인터넷 전화가 도입됐습니다. 당시 무료로 전화를 걸 수 있는 '공짜 전화'라는 점 때문에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답니다. 그러나 이 인터넷 전화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전화가 자주 끊기는 등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데다 전화를 걸 수는 있어도 받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이랬던 인터넷 전화 서비스가 다시 눈길을 끌게 된 것은 2년 전입니다.

정보통신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통화품질을 제공하는 인터넷 전화 업체에 한해 '070' 식별 번호를 부여해 인터넷 전화가 거는 기능뿐만 아니라 받는 기능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죠. 하지만 인터넷 전화는 '070 + 4자리 국번 + 4자리 일련번호'를 써야 하기 때문에 요금이 싼데도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기존 전화 번호를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바꿔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데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스팸 전화로 인식되는 '060' 번호와 혼동해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070' 식별 번호가 인터넷 전화 보급 확산에 방해가 됐던 거죠.

하지만 이런 문제는 곧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기존 전화번호를 그대로 인터넷 전화번호로 사용할 수있는 '번호 이동제'를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070' 식별 번호가 없어져 전화번호가 일반 전화와 같아진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전화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치열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KT.하나로텔레콤 등 9개 기간통신사업자와 삼성네트웍스 등 수십 개 별정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요금은 점점 더 내려가고 통화 품질은 더욱 좋아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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