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강화「강력한 정부」추진/새정부 행정조직개편안 내용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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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직속위·기획단서 개혁 주도/「작은 정부」추진의지와 조화가 과제
28,29일 민자당 정책위원회가 김영삼차기대통령에게 보고한 공약실천방안을 따져보면 새정부의 형태를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직속의 각종 위원회 설치와 대통령비서실의 강화로 청와대의 기능과 권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행정조직도 몇차례 통폐합의 진통을 겪겠지만 현재보다는 확대개편될 것 같다.
이는 김 차기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강력한 대통령」「강력한 정부」의 실현의지가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비대해질 차기정부조직이 과연 탈권위주의에 걸맞게 행정규제를 대폭 풀어 「작은 정부」를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차기정부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직속 위원회와 기획단이 여럿 신설될 것이라는 점이다. 민자당은 위원회로서 부정방지위·중앙인사위·교육개혁위·행정쇄신추진위·농어촌발전위·사회복지대책위·여성정책특위를,기획단으로는 교통기획단과 관광발전기획단 설치를 건의했다.
이들 기관은 국정전반을 틀어쥐고 앞장서 개혁해 나가겠다는 김 차기대통령의 구상에 맞춰 설치가 건의된 것이다. 따라서 민자당의 건의가 받아들여진다면 비록 자문기관이라 하더라도 이들 조직이 갖게될 힘은 유례없이 막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차기대통령이 새정부의 얼굴로 내걸 부정부패척결의 실천기구가 될 부정방지위는 건의대로라면 정치·공직·경제·사회 등 4개분과로 구성돼 오는 5월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이 위원회는 ▲정부 각 부처의 부정사례수집과 부정모델 정리 ▲정치권 부정부패 모형 및 방지방향제시 ▲공직자 상벌규정 강화 및 처벌공직자의 복직불가방침 수립 ▲인·허가업자 부정행위 경우 영업정지·취소로 동일업종 재기불능 방안마련 ▲부정행위 방지법 제정검토 ▲국민의식 개혁운동 방안제시 등 실로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중앙인사위는 장관급의 위원장을 포함,3∼5명의 차관급 위원으로 구성돼 대통령의 공무원인사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인사감사를 하며 각종 인사관계규정과 인사제도를 개선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 위원회도 김 차기대통령이 「인사는 만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기구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20여명의 교육관련 전문가로 구성돼 오는 7월부터 활동에 들어갈 교육개혁위는 대학입시제도 개편은 물론 초·중·고·대학(원)의 교육과정 개선 등 교육전반에 관한 정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게돼 현재의 교육정책자문회의보다 발언권이 훨씬 세질 것 같다.
김 차기대통령의 개혁의지 과시차원에서 오는 4월중 가장 먼저 설치될 행정쇄신추진위는 ▲앞으로 1년내 정부조직 개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정부와 민간의 역할재정립 방안 마련 ▲행정규제 완화 ▲각종 정부위원회 통·폐합 등의 막중하고도 어려운 일을 맡게돼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밖에 농어촌발전위는 농어촌구조개선 대책을,사회복지대책위는 노인·장애인·저소득층 지원방안을,여성정책특위는 여성관련 법·제도개선책을 강구하게 된다.
한편 「대도시 교통난을 통치권 차원에서 해결한다」는 김 차기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구성될 교통기획단은 교통행정 조정·교통시설 투자재원확보 등 중·장기적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일을 할 것이며 관광발전기획단은 관광산업 진흥대책을 마련한다.
청와대비서실은 사정수석이 없어지는 대신 정보산업·과학기술 수석비서관과 관광담당 제3경제수석비서관,농업특보 등 4자리가 신설될 전망이다. 사정기능을 더욱 강화할 감사원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행정부는 올해 부처간 통·폐합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예상돼 확실한 모양새를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몇몇 부는 격상,신설돼 전반적으로 부처가 늘어날 것 같다. 우선 김 차기대통령이 공약은 꼭 실천하겠다고 한 만큼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확대될 것이며 해양산업부의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또 중앙인사위가 신설되는 바람에 총무처가 없어질 운명에 놓여있다.
이밖에 당은 환경처의 환경부 또는 환경원으로의 격상,산업기술부 신설,보사부의 보건부·사회복지부로의 분리 등을 건의했다.
또 관심가는 대목은 김 차기대통령의 경제부처개편 공약의 실천이 어떤 식으로 가닥이 잡혀나가느냐는 것이다. 당은 경제·통상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경제부처간 조정은 있겠지만 현재보다는 전반적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청와대기능 강화와 행정부비대화는 차기정부가 그만큼 많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 능률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경제·통상·정보기능이 강화될 필요성도 크다.
그러나 대통령밑에 위원회·기획단을 잔뜩 만들고 정부조직을 늘려야만 일을 많이,그리고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김 차기대통령이 정부의 각종 규제를 풀어 민간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행정부가 비대해지면 그 생리상 민간에 까다롭게 굴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즉 「강력한 정부」와 「작은 정부」는 수사학적으로는 구분하기 쉽지만 실제는 「작은 정부」나 「강력한 정부」에 흡수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입법부의 견제기능은 그대로 둔채 청와대와 행정부의 권한만 강화하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고 예산낭비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이상일기자>
□신정부조직 계통도
대통령
↓→ 신설위원회·기획단
·부정방지위
·중앙인사위
·교육개혁위
·행정쇄신추진위
·농어촌발전위
·사회복지대책위
·여성정책특위
·교통기획단
·관광발전기획단
총 리
↓ ↓
대통령비서실 내 각
·사정수석 폐지 ↓
·정보산업·과학기술 ·체신부→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
·관광담당 수석신설 ·환경처→환경부 또는 환경원으로 격상
·농업특보 신설 ·보사부→보건부와 사회복지부로 분리
·해양산업부·산업기술부 신설
·경제·통상기능 강화 차원의 경제부처
개편과 기타 부처 개편(취임 1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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