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오락 발작」 업계 비상/잇따라 발생… 매상·이용자 격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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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모들 “그만하라” 자녀 단속/일 닌텐도사 조치 기다려
전자오락 발작 사례가 국내에서 잇따라 발견,보고되는 가운데 해외에선 휴대용 무선전화기가 뇌종양과 관계깊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관련제품 판매가 격감하고 업체마다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자녀 단속으로 평소 붐비던 전자오락장이 된서리를 맞는 등 파문이 크게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제품의 유해논란에 대해 명확한 진실 규명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파동이 의외로 오래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사부 등 관계기관은 실태조사와 함께 대책 수립에 나섰다.
◇판매 격감=서울 용산전자상가·세운상가·백화점 등의 전자오락기 및 게임팩 취급 업체들은 27일 국내 첫 전자오락 발작 사례가 보도된 뒤 매상이 20∼30% 정도 떨어졌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로 붐비던 각 매장은 이날 오후부터 눈에 띄게 한산해졌으며 이미 구입해간 제품의 안전성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기도 했다.
용산전자상가 L컴퓨터사장 박모씨(32)는 『하루 게임기·게임팩을 합쳐 40∼50개 팔았으나 보도가 있은 후엔 30여개 밖에 나가지 않았다』며 『특히 문제가 된 「스트리트 파이터2」 게임은 평소 7∼8개씩 팔리던 것이 1∼2개로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 비상=지난해 1천억원 규모 시장에서 호황을 누렸던 게임기와 프로그램 제작·수입 및 판매업체들은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지난해 대비 20% 정도의 매출 증대 목표를 재검토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업체들은 일단 발작 유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문을 부착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관련 정보가 모자라 현실적으로는 수입계약업체인 일본 세가·닌텐도사의 대책마련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휴대용 무선전화기를 생산하는 국내전자업체들도 휴대용 전화기의 유해성 논란이 제2이동통신사업의 핵심인 이동전화구매욕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어린이 단속=전자오락 발작 파동으로 각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가정용 전자오락을 금지하거나 장시간 몰두하지 못하게 감독하는 한편 동네 전자오락장 출입도 단속,주택가 전자오락실이 썰렁한 모습이었다.
27일 오후 평소 동네 어린이들로 크게 붐비던 서울 신림9동 D오락실의 경우 대학생 10여명만이 오락을 하고 있었으며,특히 2∼3명씩 차례를 기다리던 「스트리트 파이터2」 게임기는 비어있을 때가 더 많았다.
이 동네 주부 민모씨(35)는 『큰아이(9)의 생일선물로 게임기를 사주려 생각했는데 게임기 발작 소식을 듣고 다른 선물을 사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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