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방송|획일적 안방극장에 "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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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생활의 커다란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방송은 시시각각으로 젊음을 안방과 거실에 뿌려 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말과 행동을 꾸밈없이 그려 그들의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드라마『질투』(MBC-TV)이후 젊음만이 갖는 경쾌함과 예기치 못한 행동·감각을 신나는 록음악의 주제곡과 함께 필치는 드라마가 많아졌다.
예민한 젊은이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유아기적인 장난기로 다른 사람들을 골탕먹이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라도 분출할 수 있게 하는『꾸러기 대 행진』류의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가 주말의 황금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욕구를 새로운 시각에서 소 화해 나가는 몇몇 프로그램들이 우리 방송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PD뿐만 아니라 출연자, 작가, 스태프 등 여러 사람들이 복합적으로 만들고 있는 방송프로그램중 이들의 젊은 의식에 의해 새로운 양식을 주입하는 신선한 프로그램이 많다.
콘서트홀이나 카바레 식의 노래 문화에 찌들어 있던 방송에『노영심의 작은 음악회』(KBS-2TV)가 던져 준 가능성도 유의해 볼만하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소탈한 대화를 나누며 가식 없는 음악을 자신 있게 보여주는 작은 무대가 눈부신 조명아래서 폭발하는 소리를 내며 날뛰는 현란한 대형 쇼보다 진한 향기를 남긴다.
TV가 안방과 거실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듯 대중음악이 거창하고 환상적인 쇼에만 담겨지는 것이 아니라 평상생활에 잔잔히 퍼지게 한다는 기획이 적중하고 있다.
신참 직장인들이 마음껏 자기의 꿈과 현실을 거침없이 토론하는 KBS-1TV『성공시대』의 광경은 젊은이들의 저력을 기대해 봄직하다.
순간적으로 유아기의 천진함으로 감각을 마비시키는 코미디들이 채널을 점거하고 있는 일요일 저녁시간에『성공시대』는 저조한 시청률에도 진솔한 주제와 건설적인 의견이 제시되는 빛나는 시간이다.
스타들의 틀에 박힌 퍼포먼스로서 강렬하고 직접적인 호소력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의 오락프로그램들이 간과해 온 면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타성에 얽매이지 않은 참신한 포맷과 아이디어들이 10대들의 몰가치적인 놀이에만 빠져드는 오락프로그램의 획일화를 막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기대하는 즐거움은 모두 젊음만의 것이 되고 있는 듯한 현상은 우려도 낳는다.
방송사 앞에서 한나절 기다리다 방청권을 얻은 10대들의 괴성 없이는 모든 공개방송 코미디와 음악프로가 어딘가 허전하게 돼 버렸고 그들이 열광하는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는 시청률 인기순위에서 한참 뒤쳐지고 만다. 심야의 FM음악방송이 흘러나오는 10대들의 밀실 같은 공간에 어른들이 비집고 들어설 곳은 거의 없다. 온통 그들만의 언어이고 그들만의 분위기다.
한나절 TV앞에 있게 되면 청소년들의 복장, 말버릇, 애정과 가족관계를 감지할 수 있다. 프로그램 사이에 끼여 있는 CF도 마찬가지다.
성인들은 이제 TV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젊은이들의 호흡에 동참하기 어렵고 채널 권을 그들에게 넘겨주고 만다.
대중문화의 총집합장소인 방송이 젊은이들의 기호와 성향에만 편중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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