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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평화 위한 기술동맹 전략/김진현(시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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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은 당분간 세계의 성장센터요,세계제조업의 기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처럼 안보에 대한 동질적 관심과 관계국간 힘의 균형장치가 없어 평화를 지키기에는 부족하다.
안보측면을 제쳐놓고 경제측면에서만도 아­태지역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틀로서는 가능하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제,그리고 오늘과 같은 일본의 전 아­태국에 대한 일방적 흑자와 일본·아세안·중국·대만,그리고 2년전까지의 한국 등 전 아­태국들의 일방적 대미흑자구조의 무역·산업의 순환은 지탱할 수 없다. 미국이 일방적 무역흑자를 감수하려 들지 않는 한 아­태지역의 경제평화는 유지될 수 없고 구조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구조적인 충돌 불가피
클린턴정부의 출범,즉 「공평무역」의 주장은 이를 뜻하며 특히 중국·대만·아세안과 같이 대일 대규모 무역적자를 대미 대규모 무역흑자로 털어내며 성장을 구가하는 순환구조는 경제이외의 충돌까지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며 근본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적자의 91%,미국의 53%,태국의 56%가 대일무역에서 발생하는 일방적 불균형 구조는 더이상 순환되기 어렵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몇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이 상품무역에서는 적자지만 서비스와 자본거래에서 흑자를 기록,국제수지 전체로는 균형을 유도하는 것이다. UR협상이 그런 방향이다. 둘째는 아시아지역의 대내무역이 본원적으로 확대되어 대미무역 의존,특히 대미무역흑자를 없애는 길이다. 셋째는 대미무역흑자의 주원이며 아시아국가들의 무역적자 주원인 일본의 근본적 정책개혁(거시정책 또는 원조정책)을 통한 순환재편이다. 그러나 이런 대안들이 어디까지나 이론적이라 전제하는 것은 아시아국가들끼리는 아직 그런 적극적·긍정적·대국적·장기적 비전과 계획을 추진할 전략적 합의를 구해낼 주도권과 아량과 이성을 그 어느나라로부터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가 그러하다.
현상태로 가면 21세기초까지 세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할 수 있다. 하나는 일본과 아세안이 블록화되고 중국과 화교권이 등장하는 양상 즉,「팍스 자포니카」와 「팍스 시나」의 병립 또는 경쟁이요,둘은 미국의 급격한 보호무역에로의 후퇴로 아­태성장센터기능 중단이요,셋은 미국을 적극 끌어들여 미·일·중·아세안·한국·호주가 모두 긍정적·수용적으로 공존 발전하는 길이다. APEC의 이상이다. 한국으로서는 두말할 것 없이 세번째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팍스 자포니카」나 「팍스 시나」의 역사는 언제나 우리에게 침략과 비극과 예속의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과 미국이 이 아­태지역의 대질서개편기에 전략적으로 손잡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91년 9월 당시 백악관 과학고문인 앨런 브럼리박사에게 이런 비전과 구도와 한미과학기술동맹을 제기했을 때 그는 바로 맞는 말인데 「우리에겐 장기전략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당시 부시측근들은 퀘일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쟁력강화위원회를 만들고도 그 결과보고서를 백악관용지로 인쇄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이른바 시장경제파들로 산업정책,즉 정부개입을 꺼렸다.
○「공평무역」시대 대처
이제 클린턴의 등장과 더불어 구체적으로는 로라 타이슨여사의 백악관 경제자문의장 등장이나 하이테크 하부구조발전을 위한 「기술정책」정부지원강화의 천명과 더불어 미국의 분위기도 일신되었다. 보수파들도 산업정책이란 말에만 이념적으로 신경을 쓸뿐 일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패배만 당하고 있는 미래첨단기술과 그 산업경쟁력회복이 절실하다는데 일치하고 있다. 신산업정책이란 용어대신 신경쟁력정책이라면 어떨까 하는 말을 꺼내고 있다.
바로 이점에서 HD­TV,반도체칩 및 장비,차세대자동차,신환경기술 등 미래성장산업과 그 기술분야에서 한미간 보완협력을 통한 공동의 경쟁력회복전략에 일치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아직도 월등한 원천기술과 한국의 제조생산기술을 결합하는 협력을 연구개발,제조생산,시장판매에 이르는 전부문에 걸쳐 전략적·장기적으로 공동추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금과 위험부담,그리고 이익까지를 연구개발에서부터 제품의 시장화까지 공동분업,분담하는 것이다.
한미간에 공동으로 당면한 과제,즉 제조업의 공동화방지,무역적자해소,경쟁력 강화,일본패권허용불가(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안보에서도)를 현실적으로 해결가능케 하는 길은 한미양국이 이렇게 과학기술부문에서부터 장기전략적 동맹차원의 분업협력관계를 실천하는 것뿐이다. 1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한미과학기술포럼에는 미국측에서 상­하양원의원·백악관·행정부·산업계·연구계의 책임자 3백여명이 대거 참가,한미기술재단설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국과 보완협력 긴요
우리는 아­태지역의 평화를 위해,평화로운 무역 산업구조순환을 위해,일본과 중국을 책임있는 파트너로 만들어야 하며 「팍스 자포니카」「팍스 시나」를 방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과학기술의 정화게임(Positive­sum Game)을 출발로 한미협력을 다각적 공동시장화의 길로 열어가야 한다. 우리 힘과 미국의 경쟁력회복을 같이 키우기 위해.
◇필자약력 ▲57세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졸 ▲미 하버드대 니만펠로과정 수료 ▲동아방송 보도국장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동아일보 논설주간·상무 ▲과학기술처장관(현)
▲저서 『한국경제학의 제문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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