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봉사에 이렇게 큰상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 서교파출소 20명 전원 1계급 특진/순찰중 길물으면 함께 걸어가/독서실설치 등 「작은봉사」 헌신/“처음엔 어색했지만 주민 반응좋아 몸에 배었죠”
경찰 창설 48년만에 처음 「친절 봉사」를 잘한 파출소직원 20명이 「전원 1계급특진」 포상을 받는다.
지난해 중앙일보의 『자,이제는…』 캠페인에 호응해 서울 경찰청이 펴온 「대민친절운동」 평가에서 서울시내 5백96개 파출소 가운데 마포경찰서 서교파출소가 최우수 파출소로 뽑혀 설날 가장 큰 선물을 받게된 것이다.
『그동안 전직원이 합심해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나쁜 인상을 씻고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일꾼으로서의 바른 경찰상을 심어주려 노력했을 뿐인데 기대이상의 평가를 받은 것같습니다.』
지난해 8월이후 친절한 경찰관,시민을 위한 경찰관서 만들기에 솔선해온 소장 최길훈경위(41)는 자신의 승진도 승진이지만 부하 전직원이 함께 보상받게돼 모두 신바람이 났다고 했다.
서교파출소의 친절운동은 최 소장의 지휘아래 전직원의 아이디어 내기,실천으로 이웃주민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민원서류 서식 비치 및 민원처리 담당자 지정,우산대·공중전화·동전교환함 설치,구급약품 비치 및 전담약사 지정,방범교실운영,어린이 지문카드 작성,자전거 야광테이프 부착,응급환자 수송 등 서울 경찰청이 시달한 지침을 토대로 친절 봉사 실천운동이 시작됐다.
『처음엔 어색하고 귀찮게 느껴지는게 많았습니다. 그러나 서로 격려하고 감시하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체질을 고쳐가는데 따라 시민들의 눈길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용기가 나고 책임감도 느껴지더군요.』
차석 이명재경장(41)은 처음엔 무심코 나온 반말에 옆에 앉은 직원이 옆구리를 찔러주기도 했다고 웃는다.
친절 실천이 궤도에 오르자 직원들은 주민들을 도울 「작은 개선사항」들을 끊임없이 찾아내 즉각 실천에 옮겼다.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할아버지방범대」「어머니방범대」를 조직했고 최 소장의 착안으로 지난해 10월엔 파출소 2층에 14석 규모의 독서실을 꾸며 개방했다.
또 파출소 내부 구조가 시민들이 접근하기에 너무 딱딱하다는 지적에 따라 사무실 구조를 은행창구식으로 개조했다. 정문옆에는 주민들을 위한 세면시설을 마련하고 비누·화장지·메모도구를 비치했다. 요즘엔 외관만 보고 「동사무소」로 착각한 주민들이 하루에도 5∼6명씩 찾아올 만큼 분위기가 바뀌었다.
19일 오후 3시 주민등록증 분실신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찾아온 천정은양(23·회사원·서울 서교동)은 『잔뜩 겁을 먹고 왔는데 친오빠처럼 자세하고 친절하게 절차를 알려줘 「파출소」에 온 기분이 전혀 안난다』고 흐뭇해 했다.
차석 이 경장은 순찰중 길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전에는 차안에서 대충 얘기했으나 요즘엔 차에서 내려 같이 걸어가며 설명한다고 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생활화되니 역시 좋더라』는 평가다.
23개 방범초소에 비상신고벨을 가설,신속한 출동체제를 갖추었다.
「여성 골목 귀가길 불밝혀주기」를 위해 굉음 비상벨을 이용한 이동식 서치라이트 10개 설치 등도 모두 직원들의 아이디어.
80년대초 「대도」 조세형의 활동무대가 되는 등 한달 평균 20건 이상의 강·절도사건이 발생하던 이곳은 무범죄지역으로 변했다.
파출소 독서실에서 공부,올해 상명여대에 합격한 이상희양(19·서울 서교동)은 『경찰관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밤늦게 공부하고 귀가해도 전혀 무섭지 않다』며 『파출소가 시민들을 위해 정말 애쓰고 고생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서교파출소 경찰관들은 지난해 12월31일 친절 봉사 개인심사에서 뽑혀 경장으로 승진한 주진순경(30)외에 최길훈소장(41)을 포함한 6명이 2월안에 진급,새 계급장을 단다. 또 경찰 복무 규정상 승진 소요 최저 근무연수를 채우지 못한 이명휘경장(39) 등 나머지 13명은 승진 소요 최저 근무연수가 채워지는대로 모두 1계급 특진한다.
『이제 시작입니다. 이번 저희들의 포상을 계기로 「친절한 경찰」운동이 전국 전경찰관서에 확산될 것으로 믿습니다.』 최 소장은 전직원과 함께 올해는 한단계 더 친절봉사를 실천해보이겠다고 다짐했다.<최상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