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업 부업갖는 직원 늘어 “골치”(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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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회사일 소홀 자기 잇속만 챙겨/고용조건 강화 등 자구책 부심
「이름 리처드 스미스,나이 51세,직업 미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 임원」.
중년의 스미스씨는 이 미국 유수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면서도 항상 『혹시 50대의 한창 일할 나이에 조기은퇴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노후보장을 위한 부업이다. 스미스씨는 곧 회사 몰래 화재경보기 판매업에 착수했다. 회사는 「임원은 부업을 가질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있다. 그는 특히 이 회사 피닉스지부 기술담당이사라는 자신의 직책을 이용,캘리포니아의 레이챔사,클리블랜드의 TRW사 등에 화재경보기를 팔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의 부업계획은 곧 들통나고 말았다. 그에게 불만을 품은 한 동료가 이같은 사실을 뉴욕본사 간부진에게 폭로한 것이다. 본사는 즉각 징계위원회를 열어 스미스씨의 부업계획이 회사규정을 어긴 행위로 보고 그를 해고했다.
미국기업들은 스미스씨 같은 문라이팅(Moonlighting)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라이팅이란 회사직원들이 회사업무와는 별도로 부업을 갖는 것이다.
때문에 각 기업들은 이같은 문라이팅 횡행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의 부업행위를 엄벌하는가 하면 고용계약조건을 강화하는 등 집안단속에 부산을 떨고 있다.
이에 반해 대다수 임원들은 실직이나 조기은퇴를 우려해 그렇게 되기전에 미리 할 일을 만들어놓기 원한다. 이를 위해 고객을 빼돌리기도 하고 중요한 자리에 있는 동료들을 부업에 참여토록 꾀기도 한다.
로스앤젤레스 부근 샌타모니카에 있는 하이트·브라운 앤드 보네스틸이라는 법률회사는 몇년전 1백30명의 변호사 가운데 23명을 빼앗기고 연 2천8백만달러의 매출액중 22%가 감소되는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로버트 딕슨이라는 이 회사 동업자가 회사 바로 건너편에 경쟁 법률회사를 차리고 변호사들과 고객들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하이트·브라운 앤드 보네스틸 법률회사는 즉각 딕슨씨를 『향후 얼마동안 경쟁업체를 차리지 않는다는 합의사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이에 질세라 딕슨씨도 『경쟁을 제한하는 조항은 불법』이라고 맞고소했다. 이 소송은 로스앤젤레스법원에 아직도 수년째 계류중이다.
필라델피아에서 주문음식업을 하는 하비 비트먼씨는 자기 회사 판매부장이 부동산업에 손을 댄 후부터 예약실적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비트먼씨는 『판매부장은 개인적인 사업에만 몰두,늦게 출근해 일찍 퇴근한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판매부장은 『나는 주문음식 판매로부터 얻은 커미션이 적고 해고당할 것에 대비해 부동산업을 한다』며 『그렇다고 회사업무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의 말인즉 『요즘 같은 세상에서 나 자신을 나 스스로가 돌보아야지 누가 도와주겠느냐』는 것이다.
일이 이쯤되자 기업들은 저마다 자구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스미스씨의 경우를 겪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는 임원들의 행동지침을 더욱 강화하고 임원들이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행동을 하면 사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바로 보고되도록 조치했다.
91년부터 감원 및 조기은퇴 정책을 펴는 듀폰사는 지난해 「제거대상 리스트」라는 무시무시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놓고 직원들이 고객리스트같은 회사비밀을 빼내가지 않도록 했다. 법률회사들은 경쟁금지조항을 어길 경우 연금과 퇴직금을 몰수하는 법칙을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보리스 야비츠 전컬럼비아대 경영학과장은 『강제 은퇴가 많아질수록 피고용자들의 부업행위는 성행하게 마련』이라며 『회사측은 임원들이 얼마만큼 회사 업무외의 일을 할 자유를 가질 수 있는가를 명쾌히 설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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