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온몸 던지는 후배들 기대"|제주에 관광호텔 연 원로 배우 김진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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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은막의 대부 김진규씨(69)가 10여 년간 제주에 은둔하면서 각고 끝에 가족 관광호텔을 완공해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70년대 국내 영화계에서 선 상상하기 어려운 제작비를 들여 만든『성웅 이순신』『난중일기』가 각종 상을 휩쓸며 평가받았었으나 흥행엔 참패해 은 막을 뒤로하고 남모르게 83년 제주에 정착한 김씨.
그가 풍광이 아름다운 무 추천 계곡(제주시 해안 동)에서 한국영화의 산 증인으로서 영광과 좌절이 점철된 화려한 은막 생활을 회상하면서 여생의 사업으로 해 온 호텔 건립이 시련 속에서도 빛을 보게 되면서 나이를 잊은 의욕을 보이도 있다. 『황무지였던 땅을 일구고 거친 바다와 싸우며 삶을 이어 내려온 제주 선인들의 강인한 생활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는 다섯 차례에 걸쳐 배우협회 회장을 지내고 영화인 협회 이사장으로서 척박한 환경에서 일구어 온 우리 영화의 성과를 자신의 사업과 곧잘 연결시킨다.
50, 60년대에 원시적인 기재와 열악한 제작환경에서도 작품을 위해 온몸을 바쳤던 그는『최근 젊은 후배들의 연기는 너무 감각적인 데만 치우쳐 생명력이 짧은 것이 아쉽다』고 비교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정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배우의 역할에 무한한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50년 연기생활 동안 9백여 편의 작품에 출연해 온 그로서는『영화는 영원히 떠날 수 없는 고향이라 호텔사업이 자리잡으면 다시 충무로에서 스크린에의 열정을 불태울 생각』이라고.
53년 역사적인 작품인『피아골』에서 주연한 이래 우리 영화의 얼굴이 되어 온 김씨는『최근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많이 나와 반갑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보기 어렵다』며『연기자가 간과하기 쉬운 배우의 정도를 가르쳐 주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피력했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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