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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처리 여부 최대관심/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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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비자금 국민당 유입 정 대표관련 규명에 초점
검찰이 12일 국민당 정주영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현대중공업 최수일사장·장병수전무를 구속수감함으로써 국민당 및 현대그룹에 대한 수사가 급진전을 보여 정 대표의 사법처리여부와 그 수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대통령선거 개입과 관련해 상당수의 현대그룹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했으나 이들은 주변인물일뿐 갖가지 탈법과 불법의 「중심부」는 정 대표이며,따라서 수사의 최종목표는 정 대표일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검찰은 특히 최근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현대측의 「선처」 요청에도 불구,『기업은 살리되 기업 돈으로 정권을 사려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한데 이어 김두희검찰총장도 『선거가 끝났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타협에 의해 기업자금의 불법유출 행위가 용인돼서는 안된다』고 말해 정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 의지를 강하게 표명해 왔다.
검찰은 일단 정 대표가 출두할 경우 공안부에 계류중인 고소·고발사건과 현대그룹의 선거개입 여부,특수부에서 수사중인 현대중공업 비자금 유출사건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조사대상으로 삼고있는 고소·고발사건은 ▲한국은행의 3천억원 신권발행주장 ▲두차례에 걸친 「공산당 허용」 발언 ▲김영삼 차기대통령 측근의 밀입북주장 ▲서울경찰청과 민주산악회의 선거대책회의 주장 등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의 자금을 유출해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는지 ▲현대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국민당 선거지원을 지시했는지의 여부도 주요 수사대상이다.
검찰은 한국은행 신권 발행·밀입북·시경 대책회의 등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고 현대계열사 자금유출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위반죄(업무상배임)의 공범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장단회의에서 국민당 지지 호소가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선거법 위반(사전선거운동·특수관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이,공산당 허용발언의 경우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검찰은 특히 현대중공업 비자금 5백65억원 국민당 유입사건의 경우 「왕회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정 대표의 개입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관련여부를 집중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이같이 벼르고 있음에도 불구,정 대표 소환 및 사법처리 여부결정에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검찰은 우선 정 대표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재소환장을 계속 발부하고 경우에 따라 구인장에 의한 강제소환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자금의 경우 현대와 국민당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온 이병규특보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 대표의 개입정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으며,설령 이 특보가 조사를 받더라도 모든 책임을 이 특보와 최 사장 등이 떠맡아 「윗선 자르기」를 시도할 경우 정 대표의 위법사실을 확정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3천억원 발권설,공산당 허용발언,시경 대책회의 등 고소·고발사건도 사안의 중요도로 보아 가벌성에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까지 현대계열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확보된 진술로 정 대표의 선거법 저촉여부를 가리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정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하되 정 대표가 현직 제2야당의 대표이자 대통령후보였으며 고령인데다 그동안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을 감안,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사법처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불구속 기소라 하더라도 선거법위반으로 1백만원이상의 벌금이 확정되면 6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데다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타를 주게돼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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