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함께 보는 판결] 이혼 후 알게 된 배우자의 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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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상담을 하다 보면 간통한 남편은 놔두고 상대방 여성만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착한’ 남편을 홀린 여성이 더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간통죄는 한 명을 고소하면 그 상대방도 자동적으로 고소한 것으로 된다. 고소를 취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에 대해 고소를 취하하면 그 ‘애인’에 대한 고소도 저절로 취하된다.

간통죄는 쌍벌주의(雙罰主義)가 원칙으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관계를 한 경우 ‘한 쌍’의 남녀를 동시에 처벌한다. 다만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률상의 배우자가 고소해야 한다. 또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만 고소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간통죄가 부부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파탄에 이르게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 중의 하나다. 더욱이 배우자 몰래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불륜의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배우자를 미행하고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혼한 뒤에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알아도 아무런 법적 제재를 할 수가 없을까? 간통죄를 고소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이 제기된 이후’이다. 따라서 옛 배우자라고 해도 그 배우자와의 혼인생활 중에 간통을 한 경우에는
간통죄로 고소해 처벌할 수 있다.

1993년 결혼한 A씨(40)는 2005년 6월 부인 B씨와 협의이혼했고, 이혼 두 달 뒤 부인이 자신과 결혼생활을 하는 도중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것을 확인했다. 이에 A씨는 부인과 상대방 남자를 간통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간통죄의 고소권자인 배우자는 간통행위 당시의 배우자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배우자도 혼인기간 중의 간통행위를 고소할 수 있다”고 판시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07.4.12. 선고 2007도392).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배우자와 그 상대방을 간통으로 고소한 뒤, 이혼소송은 계속하고 간통고소만을 취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혼소송만 취하하고 간통고소를 유지할 수는 없다. 간통고소의 전제가 되는 이혼소송을 취하한 경우에는 간통고소는 취소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배우자와 그 상대방을 간통으로 고소한 뒤 두 사람이 협의이혼한 후 이혼소송을 취하했다면 간통고소는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혼소송이 취하되기 이전에 협의이혼의 효력이 발생했으므로, 간통고소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 협의이혼으로 혼인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달성되어 더 이상 이혼소송을 유지할 실익이 없어 이혼소송을 취하한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간통고소의 조건인 ‘혼인관계 해소’ 또는 ‘이혼소송 계속’ 중에서 혼인관계 해소라는 간통고소의 유효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7.1.25. 선고 2006도7939 판결).

김삼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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