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린 M 맥마흔 칼럼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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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가? 지난해 구입한 승용차는 나를 행복하게 했는가? 나의 대인관계, 내가 오늘 먹은 점심식사, 내 직장으로 말미암아 내 인생은 행복하게 됐는가?

아마도 여러분은 최근에도 자신이 행복한지에 대해 자문해봤을 것이다. 만족감과 기분
좋은 느낌을 강조하는 소비자 경제도 행복 여부를 따져보는 우리네 습관 형성에 한몫한다. 그리고 한국이나 미국과 같이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비교적 만족스럽게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에드 디너라는 미국 심리학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대부분의 순간에 행복하다. 미국의 경우 80%의 사람이 ‘매우 행복하다’ 혹은 ‘상당히 행복하다’고 응답한다. 43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84%의 사람이 자신들이 누리는 행복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행복에는 국적에 따른 차이뿐만 아니라 개인차도 있다. 왜 어떤 사람들은 남보다 더 행복할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최근 ‘긍정 심리학’은 바로 이런 문제들에 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학문 분야를 창시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마틴 셀리그먼 교수가 종종 지적하는 것처럼 심리학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라는 병리적 의학 모델을 바탕으로 수립된 학문이다. 반면 긍정 심리학은 행복과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다. 행복한 사람의 특징에 대한 연구 결과 몇 가지 명백한 사실이 밝혀졌다.

우선 행복한 사람들은 사회성이 좋은 사교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외향적이며 친구가 많은 편이다. 그들이 맺는 인간관계는 안정적이다. 그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다. 종교도 행복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밝혀졌다. 왜 그럴까? 신앙생활이 일종의 사회생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종교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거에 대한 감사를 권장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때 낙관적이며 과거에 겪은 경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태도를 평생 유지한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우리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조금씩 더 행복해진다. 행복해지려면 젊은 날을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뭘 의미하는가? 친구가 많고, 결혼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낙관주의와 감사하는 마음을 배양하고, 우아하게 나이를 먹으면 행복하게 되는 것일까? 불행히도 행복의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이러한 특질들이 행복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특질들이 행복을 낳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예컨대 행복한 사람들은 낙관적 경향이 있지만 낙관적이라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에 낙관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자들이나 철학자들이 이 딜레마에 대해 ‘즐겁게’ 고민하는 동안 일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과관계가 양쪽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닭은 달걀에서 나온 것이고 달걀은 닭에서 나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행복한 사람들은 아마도 낙관적이 되고, 낙관적인 사람들은 행복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노력하는 만큼 행복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 연구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기분이 유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오래전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1872)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질이 나쁜 개나 말이 있는가 하면 성질이 좋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성질은 확실히 유전 때문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윈이 관찰한 바를 인간에게 적용했다. 그들은 사람의 기분에는 온도 조절기처럼 ‘설정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마다 유전에 따라 행복의 설정점이 다르다. 또한 이 설정점이 기준이 돼 그날 그날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설정점은 기분의 등락을 조절하며, 고무되거나 저조해진 기분은 결국 설정점으로 되돌아온다.

많은 실증 데이터가 이 설정점 이론을 뒷받침한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연구한 바에 따르면 횡재(橫財)나 횡재(橫災)에 따른 기분 변화는 몇 달이 지나면 진정돼 기분은 원래 상태로 복귀한다. 또 다른 유명한 연구로 행동유전학자 데이비드 리켄의 일란성 쌍둥이 연구가 있다. 출생한 후 헤어져 서로 다른 인생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쌍둥이들의 기분을 측정해보니 거의 같은 수치가 나왔다. 이는 유전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리켄은 다름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더 행복하게 되려고 기울이는 노력은 키를 늘리려는 노력만큼이나 부질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연구자는 극소수다. 리켄 자신도 원래 주장을 온건한 방향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열의에 찬 긍정 심리학자인 셀리그먼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우리가 행복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인지도 모른다. 그는 말한다. “약 10~15% 정도는 노력으로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날 때부터 불평ㆍ불만으로 가득 찬 사람을 항상 킥킥대게 만들 수는 없다.”

15%란 개선의 여지가 크지도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력해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져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며, 돈도 더 잘 벌고, 더 큰 직업상의 성공을 이룩한다. 행복은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다.

오늘날 경제학은 행복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행복이 가져다주는 좋은 점 못지않게 행복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잠재적인 비용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구성원으로 하여금 행복한지를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사회는 오히려 그 구성원의 행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선 다음 칼럼에서 다루겠다.

정리=김환영 기자

대린 M 맥마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역사학과 석좌교수다. 맥마흔 교수의 저서 『행복의 역사(Happiness: A History)』는 2006년 주목할 100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뉴욕 타임스가 선정했으며 한국어로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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