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 로저 클레멘스 ‘먹튀’ 오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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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17면

기대했던 구세주는 아니었다. 45세의 노장 투수 로저 클레멘스(사진).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는 5월 7일(한국시간) ‘은퇴에 실패했다’는 클레멘스를 1년 연봉 환산액 2800만 달러에 영입했다. 클레멘스는 6월 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이후 클레멘스는 지난주까지 여섯 경기에 출전했고, 양키스는 클레멘스가 던진 경기에서 1승5패에 그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화근을 남기는 ‘바보 같은’ 계약을 앨버트로스(‘전진과 승리를 방해하는 짐’이라는 뜻) 계약이라고 부른다. 클레멘스와의 계약은 한 달이 지나자 앨버트로스 계약으로 판명됐다. 내셔널리그의 샌프란시스코가 지난 1월 7년에 총액 1억2600만 달러라는 투수 최고액 연봉에 배리 지토(당시 오클랜드)를 영입했을 때 많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토와의 계약은 클레멘스와 비교할 게 못 된다.

베테랑을 영입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멘토-멘티’ 효과. 젊은 유망주들이 베테랑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키스는 이미 베테랑의 팀이다.

양키스는 클레멘스와 계약하면서 ‘실수’를 했다. “선발 등판이 아닌 날에는 팀과 함께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클레멘스는 2년간 휴스턴에서 뛰면서 이 조항 비슷한 계약을 했다. 그는 로테이션을 조정해 가족이 있는 휴스턴 홈경기에 선발 등판하기를 원했고 구단은 대부분 들어줬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클레멘스는 양키스와 계약하면서 트레이드 거부권까지 집어넣었다. 양키스는 클레멘스의 동의 없이 트레이드를 할 수 없다. 트레이드 거부권만 없다면 양키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졌을 때 그를 필요로 하는 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에 내주고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클레멘스가 양키스와 계약한 5월 초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 보스턴과 양키스의 승차는 5.5게임이었다. 6월 마지막 주 승차는 11게임을 넘었다. 올 시즌의 클레멘스는 좋지 못하다. 이미 스카우트들이 복귀를 앞두고 던진 그의 마이너리그 투구 내용에 대해 혹평했다. 보스턴의 스카우트는 “패스트볼이 시속 88마일(142㎞)~90마일(145㎞)인데 이 정도로는 타자를 압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공짜로 번 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의 ‘버스트(Bust-먹튀)’를 선정했다. 올스타 브레이크(7월 11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를 열흘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볼 때, 올 시즌 전반기 ‘먹튀’ 1등은 당연히 클레멘스다. 클레멘스가 1위, 보스턴의 유격수 훌리오 루고와 우익수 J D 드루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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