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도구가 좋아야 음식도 맛있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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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28면

대부분의 사람은 요리의 성공과 실패를 자신의 요리 실력에 관한 문제라고 여긴다. 유명 요리사라면 맨손으로 뚝딱 멋진 요리 한 그릇 만들어내는 일이 누워서 떡 먹는 일만큼 쉬운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숙련된 요리사일수록 조리 도구의 선택이 적절하다.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도 일리는 있으나, 좋은 연장이 그 작업을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해내는 만큼 조리법에 알맞은 적절한 조리 도구(쿠킹 툴)야말로 맛있는 음식을 손쉽게 만드는 비결이다.
요리를 위해 주방에서 필요한 도구는 참 많다. 프라이팬·냄비·도마·국자·칼 등 아이템이 수십 가지고, 또 각각의 아이템에 따라 세분화된 용도로 나누어 갖추자면 살림살이 들어갈 수납장이 모자랄 지경이다. 물론 용도에 따라 모든 조리 도구를 가지고 있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많은 것 중에서 내게 필요한 몇 가지를 고르는 기준이 더 핵심이다.
칼을 예로 들자면 보통은 과도, 식도 이렇게 구분하면 끝날 것 같지만 칼 전문 브랜드의 세분류는 엄청나다. 빵칼·야채칼·고기용칼·생선칼 등 기본적인 것에다 치즈용·연어용·오렌지용 등 그 재료 분류마다 각기 다른 칼이 존재한다. 그럼 그 칼을 다 사야 하나? 그건 아니다. 냄비의 경우엔 양수냄비·편수냄비가 냄비를 나누는 기준이 아니다. 오히려 소스용·볶음용·부침용·수프용·야채데침용·찜용 등으로 요리법과 용량에 따른 기준이 얼마나 자세한지 모른다.
 
칼 고르기

냄비·프라이팬·국자 등 요리 내용에 따라 적절한 조리 도구를 쓰는 것이 맛있는 음식 만들기의 기본이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맛있는 요리를 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도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생각해 보라. 요리할 때 하는 동작을. 재료를 다듬고 그 다음엔 익힌다. 그래서 요리할 때 중요한 도구가 칼과 냄비류다.
칼은 요즘 세트로도 많이 나오지만 세트로 가지고 있다 보면 꼭 안 쓰는 칼이 있다. 닭을 뼈째 자르는 데 쓰는 ‘부처 나이프’ 같은 경우가 그렇다. 아님 중국식으로 두꺼운 칼도 거의 서랍장 안에서 잠잔다. 닭을 통째로 사서 뼈째 툭툭 자를 일이 점점 없어지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면 이미 손질된 재료를 쉽게 구하기 때문에 요리를 업으로 삼아 즐겨 하는 나의 경우에도 즐겨 사용하는 칼의 종류는 서너 가지 정도다.
제일 작은 칼로 작은 야채를 다듬을 때 쓰는 ‘페어링 나이프’는 작은 과도로도 활용한다. 중간 사이즈의 톱니칼, 톱칼 스타일은 토마토같이 표면이 매끄러운 재료를 썰기에 적합하다. 보통 나이프로 썰어보면 칼이 밀리고 불편한데 톱니칼은 껍질이 있는 재료에는 딱이다.
제일 많이 사용하는 칼은 외국에서는 ‘셰프 나이프’라고 불리는 것이다. 채치거나 저미는 작업이 많은 한식의 경우 칼의 두께가 두꺼우면 얇게 저미는 것이 불가능하다.

냄비 고르기

개인적으로 요리를 성공적으로 할 때 가장 중요한 도구가 이 익히는 과정을 책임지는 냄비라고 생각한다. 밀전병을 부쳐야 하는데 코팅력이 약한 얇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라면 달라붙어 못쓴다. 오래 뭉근히 조려주어야 하는 찜요리를 알루미늄이나 법랑냄비에 하자면 소스가 타고 난리일 것이다. 좋은 냄비, 요리에 어울리는 냄비를 골라보자.
냄비에 관한 주부들의 선택 기준은 그 냄비가 가볍냐 무겁냐에 달려 있다. 주부들은 아무리 좋은 냄비라도 딱 들어보고 무거우면 일단 내려놓고 돌아선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들어서 요리조리 돌려보아 손목에 무리가 없는 것은 가볍고 좋다며 구입한다. 그러나 냄비는 일단 무거워야 한다. 특히 무쇠로 만든 냄비는 더욱 묵직해야 요리의 제맛을 낼 수 있다. 무쇠냄비는 또한 용도를 잘 따져 구입해야 실수가 없는데 그저 콩나물이나 데치고 재료를 삶을 용도로만 사용하려면 일반 3중바닥 냄비 편수용으로 구입하는 게 좋다.
무쇠로 만든 냄비가 특정 요리에 장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쓰는 냄비의 선택은 무쇠보다는 덜 무겁지만 그래도 여전히 적절한 무게의 3중바닥 스테인리스 냄비로 간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냄비 중 안쪽에 알루미늄이나 동의 라이닝을 깔고 있는 냄비가 열전도율이 좋다. 특히 요즘엔 냄비 바닥만이 아니고 통째로 냄비의 옆면까지 3중인지를 따져보는 게 좋다. 일반 냄비의 경우 요리하다가 물을 거르고 삶다가 볶아야 하는 경우, 요리 과정 중에 이동이 많으므로 냄비의 손잡이가 열에 의해 뜨거워지지 않는지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다. 스테인리스 냄비도 얇지 않아야 재료가 타지 않게 조리할 수 있다.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설탕을 녹일 때나 발사믹 식초 같은 당분이 있는 재료들을 조릴 땐 특히나 두꺼운 냄비는 필수다.
조리법과 냄비의 궁합이 딱 잘 맞으면 조리 때 요리를 실패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실제로 똑같은 양은 수분과 재료를 넣고 익혔을 때 냄비의 수분조절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다름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열전도율에 따라 조리 시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레서피에 그저 30분간 졸인다고 했는데 무쇠솥은 15분 졸이면 같은 효과가 나기도 해서 레서피라고 무조건 따를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 오븐 온도가 약간씩 다른 것처럼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맛있는 요리에 쉽게 성공하는 비결이다.
 
 

비프 스튜

재료 스튜용 쇠고기 1㎏, 밀가루 3T,올리브 유 6t, 양파 1개, 마늘 2쪽, 토마토퓨레 1t, 레드 와인 300㎖, 오렌지제스트 1쪽, 월계수잎 2장, 올리브 100g, 이탈리안 파슬리 3t, 소금·후추 약간

만들기
1. 밀가루에 소금, 후추로 간해서 스튜용으로 썬 쇠고기를 코팅한다.
2. 올리브유 2큰술을 팬에 넣고 쇠고기를 코팅하듯이 구워 낸다.
3. 나머지 올리브유를 냄비에 넣고 양파를 볶다가 마늘, 토마토퓨레를 넣어 1분간 익힌다. 
4. 와인 200㎖를 넣고 오렌지제스트, 월계수잎, 스톡을 넣어 끓인 다음 두꺼운 냄비에 쇠고기와 함께 넣고 약한 불로 1시간 정도 익힌다.
5. 다 익기 30분 전쯤 블랙 올리브를 넣고 파슬리, 소금, 후추로 간해 나머지 와인을 넣고 5분간 끓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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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승원씨는 뉴욕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와 올리브네트워크의 ‘심플리 스페셜’, ‘도승원의 리빙레서피’를 진행하며 ‘토탈 라이프스타일 컴퍼니 스타일리빙’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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