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로 금지」북양 오징어 잡이 배|생활터전 찾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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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78년부터 15년 동안 해마다 1천억 원 어치가 넘는 오징어를 잡아 온 북태평양 오징어 유자망 어업이 유엔의 규제로 올해부터 조업이 전면 금지된 가운데 귀항한 어선 1백50여 척 중 대부분이 뚜렷한 전업 등의 대책을 마련치 못해 원양업계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마지막 조업에 나섰던 1백5척의 어선들은 유엔의 50% 조업단축조치에 따라 조업기간이 예년보다 1개월 가량 짧았던 데다 사용 그물 제한으로 인해 어획고 역시 크게 올리지 못해 대부분 척당 2억∼3억 원 정도씩의 적자조업을 면치 못한 처지여서 빌린 출어 경비 상환과 선원 급여 정산시기를 앞두고 일부 영세업주들의 도산 소문까지 나돌아 연초부터 부산지역경제에도 적잖은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선원 난과 출어 경비 확보의 어려움 등 우여곡절 끝에 출어, 지난해 5월부터 7개월간 서경 1백80도 서쪽 북태평양 공 해상(약도 참조)에서 오징어를 잡아 12월초 부산항으로 귀항, 현재 감천항에 정박중인 부산 선척 유자망어선 1백5척이 올린 어획량은 6만여t정도.
그러나 북양 조업의 발길이 묶인 이들 어선들 중 일부는 꽁치봉수망이나 채 낚기 어선으로 개조해 북양이나 페루어장 등에서 조업할 수 있는 전업을 희망하고 있으나 대부분 융자에 필요한 담보물이. 없어 올해 중 전업전망 역시 투명한 상태다
수산청이 지난해 가을 뒤늦게 유자망 어선의 전업 및 폐업자금으로 4백54억8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 전업 어선에 대해서는 5억 원씩을 융자(연리 8%, 3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 해 주고 폐업 어선은 2천만∼3천만 원씩에 구입해 인공 어초로 활용키로 함에 따라 전체유자망 오징어 잡이 어선 1백50여 척 중 91년 전업한 34척을 제외, 나머지 70%정도가 지난 연말 수산청에 전업 신청을 해 놓고 있다
그러나 전업을 위한 선박개조에는 6억∼8억 원의 경비가 들어야 해 융자금 외에도 1억∼2억 원이 더 필요한데다 담보가 있어야만 융자를 받을 수 있고, 전업을 한다 하더라도 채산성도 불투명해 실제로 전업할 수 있는 선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태평양 오징어 유자망 어선들이 원양에서 오징어를 계속 잡기 위해서는 채 낚기 어선으로 개조해 페루나 아르헨티나·포클랜드어상에 전출해야 하지만 이들 어장엔 이미 국내 원양어선들이 진출해 있는 데다 비싼 입어 료를 물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고 채산성도 북양 보다 낮아 부가가치가 낮은 실정이다
9O년 말부터 국내 원양어선 33척이 진출하고 있는 페루 어장의 경우 페루정부로부터 연간 4만5천t의 쿼터량을 배정 받아 t당 1백85달러의 입어 료을 내고 조업하고 있다.
또 아르헨티나와 합작으로 지난해 30척이 진출한 아르헨티나 어장에서는 지난 1년간 5만t을 잡았으며, 87년부터 진출한 포클랜드어장은 66척의 채 낚기 어선이 연간 척 당 23만 달러의 입어 료를 내고 20만t을 잡고 있어 채산성은 극히 낮은 편이다
더욱이 이들 어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원양어선사의 반발과 함께 국내 오징어의 과다공급으로 인한 가격폭락 등의 문제점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폐 선하려는 선주들도 1억 원 이상의 보상을 희망하고 있으나 수산청의 보상비(어초 구입 비)가 이에 못 미쳐 폐선을 주저하며 전업 또는 폐선 신청을 해 놓고도 망설이며 정부의 보다 획기적인 대책을 바라고 있다.
결국 78년부터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어획고를 올리며 유자망 그물제조업체(연간 매출액 1백70억 원 상당)와 수리조선소 50곳(연간 매출액 70억 원 상당), 오징어 가공업체 등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일감을 제공하는 등 부산지역경제와 국내 원양어업에 큰 부가가치를 안겨 준 북양 오징어 유자망어업은 정부의 늑장대책 마련과 업계의 자구 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올해부터는 어느 어장에서, 무엇을 잡아야 할지 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아쉬운 막을 내리고 말았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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