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취업 조기준비 “바람”/방학도 잊고 도서관 “만원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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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학원마다 1,2년생 북적/“서둘러야 좋은 직장… 금년 합격자도 몰려
『3학년때도 늦다. 취업준비를 서둘러라.』
방학을 맞아 대학도서관과 학원들이 취업준비생들로 만원인 가운데 1,2학년 학생들은 물론 예비대학생들까지 취업준비에 나서는 조기 취업준비바람이 대학가에 일고 있다.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학원의 외국어 및 컴퓨터강좌 수강생중에는 1,2학년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입시에 합격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어학강좌가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각 대학들은 새벽부터 밀려드는 학생들 때문에 방학중에도 도서관을 전면 개방하는 등 대학가의 취업전쟁이 갈수록 조기화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1,2학년때부터 준비해야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학원=대학합격생을 대상으로 2백50명 정원의 특별기초회화반을 개설,4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한 서울 종로 P외국어학원의 경우 접수첫날 3백여명의 수강생들이 몰려 뒤늦게 온 학생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토플」·어휘력 강좌 등 취직과 밀접히 관련된 영어강좌의 수강생도 70∼80%가 대학 1,2학년 및 예비대학생들이었다.
이밖에 중국어·러시아어·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 강좌의 경우에도 지난해에 비해 30∼1백% 가량 수강생이 증가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방학을 맞이해 수강생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은 최근 2∼3년전부터 계속됐지만 올해는 유례없는 대졸취업난의 여파인지 방학을 활용하려는 예비대학생과 대학생들이 더욱 늘어났다』고 말했다. 강남 J학원의 경우도 「토플」「토익」 등 취업영어강좌에 학기중보다 두배 가까운 수강생들이 몰려 정원을 늘려 접수를 받았다.
P학원 토플강좌에 등록한 황지원양(20·D대 경영학과 1년)은 『취직난에 고생하는 선배들을 보고 미리 기초라도 잡아야 할 것 같아 학원을 찾았다』며 『우리과 대부분의 동급생들이 지금부터 취직공부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학원=서울 남영동 S컴퓨터학원의 「OA(사무자동화) 2개월코스」에는 70여명의 수강생중 30% 정도가 대학 1,2학년생들로 구성돼 있었다.
아현동 K속기학원의 경우에도 최근 새로운 기능으로 각광받고 있는 컴퓨터속기 코스에 방학을 맞아 1백50여명이 등록했는데 학원측은 이중 40∼50명은 대학생으로 추산했다.
◇대학가=주요대학들은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예년에는 방학중 도서관을 부분개방하던 것을 전면 개방하고 있다. 서울대·연대·고대 등 주요대학 도서관은 학기중과 다름없이 오전 5∼6시30분부터 문을 열고 있지만 오전 9시정도면 자리가 다차 마치 시험기간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학 도서관에는 신정 연휴기간중에도 1천∼2천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극심한 취업난에 따른 대학생들의 위기감을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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