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 사이서 티샷 "OB 나면 터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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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판문점 내 공동경비구역(JSA)에 골프장이 있다면 선뜻 믿을 수 있을까.

해외 주둔 미군을 위한 신문인 성조지(星條紙.Stars and Stripes)는 30일(한국시간) JSA 경비부대인 캠프 보니파스 부대가 영내에 길이 1백75m의 파3홀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조지에 따르면 이 골프 코스는 중화기가 배치돼 있는 군사분계선(MDL)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입구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골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간판이 서 있다. 코스 주변에 지뢰가 묻혀 있어 '위험하다'는 표현이 과장은 아니다. 이쯤되면 전운이 가시지 않은 이라크의 사막지대에 골프장을 만들어 놓고 즐기는 미국 101 공중강습부대를 능가하는 골프 열기다.

이 코스는 지역 특성상 페어웨이 폭이 일반 골프장에 비해 훨씬 좁다. 그린은 인조잔디로 만들었고, 페어웨이 가장자리엔 흰색 말뚝 대신 굵은 철조망이 경계선을 표시하고 있다.

이 코스에 서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OB(아웃 오브 바운드)라도 냈다간 주변에 매립된 지뢰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곳을 가장 즐겨찾는 내장객은 참모장인 토니 베니테스 소장이다. 핸디캡 18 수준인 베니테스 참모장은 항상 JSA에 배치된 북한군을 향해 드라이브샷을 하는데 아직까지 공이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날아간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JSA 경비부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매트 마고타 중령은 "그린이 인조잔디이기 때문에 공이 그린을 향하더라도 튀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접 그린을 공략하기보다 그린앞 벙커 사이의 잔디를 겨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공략법을 공개했다.

미군들은 홀이 하나밖에 없어 단조로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군 조종사들을 상대로 설치된 비행경고 표지판을 골프공으로 맞히는 전투 골프(?)를 즐기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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