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인기 가수 그룹「015B」·「푸른 하늘」등 TV기피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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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고 인기음악들이 TV를 거부하고 있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로 몇 달째 인기 정상을 달리는 그룹「O15B」의 얼굴이나『자 아 도취』라는 이색적인 신곡으로 다시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그룹「푸른 하늘」의 모습을 TV에서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선구적 역할을 한 이문세와 사후에 더욱 각광을 받은 김현식에 이어 이승환·그룹「봄 여름 가을 겨울」등의 밀리언셀러 음악들도 편안히 TV앞에 앉아 있는 것으론 접하기 어렵다.
또 조동진·하덕규·김현철 등 싱어 송 라이터들과 한영애·장필순·「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음악을 접하는 길도 음반이나 소규모 공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TV는 대중음악 인기의 적」이라는 역설이 성립하고 있다.
신인가수들을 발굴하고 있는 음반 기획 자들 사이에선『음반 판매에서 성공하려면 되도록 TV출연을 삼가라』는 말이 공공연한 노하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더구나 TV에 많이 출연하는 가수일수록 생명력이 짧다는 경험 칙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음악 자체의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편의주의 적 제작이 횡행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다.
최근 가수들이 TV출연을 꺼리는 것은 컴퓨터 등 첨단 음악 기기 들과 다채로운 음성 합성으로 구사되는 젊은 음악인들의 노래에 각종 TV쇼의 제작수준이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쥐고 있는 가수만을 부각시키는 TV프로그램에서 그룹「015B」처럼 노래마다 목소리주인공이 달라지는 이른바「객원 싱어」제를 도입하고 있는 음악인들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점을 느끼게 된다.
음반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음악이 TV에 방송되는 경우 그 질적인 차이에 가수나 팬들은 실망하고 만다. 또 대중스타의 인기를 보장하는 신비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퀴즈프로그램이나 토크쇼 등에서 음악이외의 요소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결코 롱런 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가요의 주요 수입원이「밤무대 출연」에서「음반 판매」로 중심 이동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점차 급속도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선 TV출연 여부만으로 편리하게 붙여지는 이름인「언더그라운드」계열의 음악이 상업적으로도 더욱 성공하면서 TV프로그램 기피 음악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TV에서 접할 수 있는 기성 음악들과 다소 낯선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신세대 음악간의 괴리감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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