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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나에 「강간수용소」/뉴스위크 한국판이 전하는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세르비아군들 어린이에까지 잔혹한 만행/“민족말살정책 수단”… 지휘관이 직접 명령도
20세의 회교도 처녀 S는 지난해 7월의 끔찍했던 기억이 악몽처럼 남아있다. 세르비아군이 보스나 서북부 리즈바노비치 마을에 쳐들어와 4백여명의 여자들을 공터로 끌어냈다. 군인 2명이 S와 그녀의 친구를 빈집으로 끌고가 성폭행한뒤 다시 부대장에게 끌고갔다. 부대장은 그녀를 다시 성폭행했다.
보스나에서 벌어진 고문과 살인행위에 덧붙여 세르비아군에 의한 대규모 강간행위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르며 그 대부분이 회교도 여성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보았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뉴스위크 한국판이 전하고 있는 보스나 수용소의 성폭행실태를 요약한다.
최근 피해 증인이 난민들 사이에서 쏟아져 세르비아군에 의한 강간이 광범하게 자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 증언중에는 6∼7세 소녀를 강간하는 행위,피해자가 숨질 정도로 야만적인 집단강간,세르비아군인들이 회교도·크로아티아 여성을 일상적으로 강간하고 살해하는 「강간수용소」,가족앞에서 강간하는 행위,회교도 여성을 임신시켜 원치않는 세르비아 아이를 낳을 때까지 잡아두며 자행하는 강간 등 잔혹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다. 이에 따라 서방언론과 여성단체들이 세르비아의 잔학행위에 대해 행동을 취하라고 자국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2월18일 보스나에서의 여성 상대 잔학행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그러나 세르비아는 국제사회의 분노를 일축하면서 보스나마을들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미 정부 분석가들은 여성 성폭행을 지시하는 명령 등의 집접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으나 현장 지휘관들이 병사들에게 강간하도록 부추기거나 직접 명령을 내리는 등의 사례를 발견했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단순한 우연으로 돌릴 수 없는 일관성이 드러난다. 12세소녀 바스비야는 지난해 8월 포차의 세르비아수용소에 잡혀간 첫날밤 두병사에게 끌려나가 강간당했다. 이어 그녀는 9일간 연이어 다른 군인들에게도 짓밟혔다. 한번은 그녀의 어머니와 다른 포로도 함께 끌려가 당했다. 사라예보 출신의 세르비아인 노동자 헤라크(21)는 18건의 살인외에 회교도 여성 7명을 강간하고 그중 2명을 살해한 사실을 시인했다.
『우리는 사기진작을 위해 강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동료와 함께 사라예보교외의 「강간수용소」중 하나인 「소냐 카페」를 자주 찾았다고 말한다. 그곳에는 회교도여성 70명이 수용돼 있었으며 몇몇이 살해되면 금방 다른 여자로 보충됐다고 한다.
보스나 동부 밀례비나에서는 회교도 부녀자 약 1백명이 폭행당했다고 아이다(20·여)는 말한다. 그녀의 이웃인 세르비아인 경찰은 그녀를 추행한후 『전쟁때라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세르비아부대를 탈영,현재 보스나 오라셰 감옥에 구금돼 있는 파니치와 막시모비치는 지난해 5월 브르츠코에서 부대장의 눈요기로 부녀자를 강간하고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고 18세 가량의 소녀를 추행한후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회교도 소피야(30)는 학교건물을 개조한 파르제비치 수용소에서 6개월간 매일밤 5∼6명의 군인들에 의해 강간당한뒤 지난해 9월 풀려났다. 지금 사라예보 병실에 누워있는 그녀는 자신의 몸속에서 원치않는 생명이 자라고 있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이달 중순께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성폭행은 세르비아가 자행하는 민족말살정책의 궁극적 수단이다. 그들은 수많은 민간인의 재산과 토지,생명과 존엄성을 빼앗았다. 세르비아인들은 추악한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죄상으로 보아 「대세르비아」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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