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속서 신음소리/청주 상가아파트 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고압전선 많아 구조 늦어져/출구 물건 쌓여 못나와 참변/벽·바닥에 균열 예고된 사고/전날밤 삐걱소리 나 대피방송까지/잔해속 철근 거의 안보여… 부실공사
【청주=김현태·진세근·안남영·최상연기자】 충북 청주시 우암동 우암상가아파트 화재 붕괴 사고는 이미 위험이 예고된 부실건축을 방치하다 가벼운 화재가 10여개의 LP가스통을 폭발시킴으로써 빚어진 어이없는 참화였다.
이 건물은 우암상가(주) 대표 최규일씨가 81년 5월11일 지어 입주한 것으로 붕괴사고가 나기전부터 벽과 바닥의 균열이 심해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돼 왔으며 사고 전날 오후 11시쯤에도 『건물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며 대피하라는 방송까지 한 사실이 김정웅 청주소방서장(53)에 의해 확인돼 경찰은 부실시공에 의한 참사로 보고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처음부터 이 건물이 날림으로 지어진 사실이 밝혀져 입주후 2∼3년동안 건물주·청주시 등을 찾아다니며 항의 농성 시위를 벌이는 등 안전대책을 요구했으나 결국 묵살당해오다 이같은 참사를 불러온 것』이라고 흥분했다.
붕괴직후 건물 잔해속에서도 철근이 거의 보이지 않아 이 건물이 부실하게 지어졌음이 입증됐다.
게다가 이 건물은 입주민들이 취사 또는 난방용으로 LP가스통을 건물내부에 개별적으로 설치·사용해오다 불에 가스호스가 녹으면서 연쇄폭발을 일으켜 가스안전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불이 나자 잠자던 주민중 일부는 불길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소방차 고가사다리를 이용해 빠져나오기도 했으나 1층 출구와 4개의 비상구를 통해 대피하려던 주민들은 출입구 주변에 각종 상품·쓰레기 등이 쌓여 제때 대피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밝혀져 평소 소방안전관리가 허술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불이 나자 청주소방서·경찰은 고가사다리차·포클레인 등 각종 장비 60여대와 소방관 등 2백여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ㅁ자형의 건물 주변에 고압전선이 많아 인명구조에 어려움이 더욱 컸다.
소방관·경찰 등은 또 화재현장 열기가 다소 식은뒤 포클레인 등을 동원,무너진 건물더미속에 파묻힌 사람들의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건물더미가 워낙 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충북도·청주시는 청주시청 상황실에 사고수습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현장 주변 청주농고·여관 등에 피해주민들을 위한 임시수용소를 설치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