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토론회 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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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4차 정책토론회는 앞선 토론회들에 비해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까지 날 뻔했던 부산이나 대전 토론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처럼 행사가 조용하게 치러진 것은 당이 과열 방지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잠실 역도경기장에서 마지막 토론회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이명박.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1000명만 입장할 수 있는 63빌딩으로 장소를 옮겼다. 각 후보 캠프에 지지자 몫으로 주는 입장권도 20장으로 제한했다. 이러다 보니 토론회장 내에는 빈 자리도 눈에 띄였고, 토론 중에 쏟아지던 박수와 연호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소수정예로 꾸려진 '빅2' 지지자들의 응원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이 후보의 팬클럽인 MB연대와 박 후보의 지지모임인 '박사모' 등의 회원들은 일찌감치 토론회장 주변에 모여들어 지지후보를 응원했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멱살잡이를 하며 신경전도 벌였다.

두 후보도 토론의 열기를 다 식히지 못한 채 장외에서까지 날선 공방을 펼쳤다. 이 후보는 토론회 직후 기자실을 찾아 "한 쪽은 당 윤리위에 제소한 것도 취하했는데 다른 쪽에서는 '잘 됐다. 이때 우리만 (네거티브)하자'고 하면 화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박 후보 측에 대한 윤리위 제소를 취하하면서 '노(No) 네거티브 선언'을 했음에도 자신을 계속 공격하고 있는 박 후보 측을 겨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다른 후보들은 (네거티브)하지 말자는 데 동의하는데 박 후보 측에서만 (네거티브가)계속 나온다"며 "나오는 것들도 모두 근거가 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혹은) 당 국민검증위에서 다루는 게 원칙"이라며 "유리할 때만 지키고 불리할 때는 안 지키면 그건 위험한 원칙이고 독재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경선규정을 놓고 다툼이 벌어졌을 때 박 후보가 "원칙을 걸레처럼 만들면 안 된다"며 양보를 거부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박 후보는 오히려 자신의 캠프를 향해 공격 자제를 촉구하는 당 지도부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그 역시 토론회장 옆 기자실을 찾아 "어떤 캠프의 어떤 사람이 뭘 잘못했다고 딱딱 얘기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전체를 다 잘못했다고 하면 국민이 싸우는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경선 자체가 경쟁"이라며 공격을 계속할 뜻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당 경선관리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 측 장광근 대변인과 박 후보 측 이혜훈 대변인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상대 후보를 음해하는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장 대변인은 "킴노박(김정일+노무현+박근혜)이 이명박 죽이기를 진행 중"이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 대변인의 경우는 주간지 기사를 인용해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게 징계의 이유다. 경선관위는 30일까지 두 대변인으로부터 소명을 들은 뒤 ▶주의와 시정명령 ▶경고 ▶윤리위 회부 중 한 가지 징계를 내린다. 한편 한나라당 국민검증위는 이날로 후보들에 대한 검증 요청자료 접수를 마감하고 본격 검증 활동에 돌입했다.

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조용철.오종택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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