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해에도 떨어진다/전문가들이 본 부동산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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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도시 등서 물량 대량공급/투기억제정책 강화도 한몫/땅 5%·주택 10% 작년보다 더 하락 예상
부동산경기가 올해에는 과연 어떠한 곡선을 그릴 것인가.
지난 1년은 전체 경제도 그렇지만 부동산은 집값·땅값의 거품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하락의 폭과 정도가 커 앞으로의 향방에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부동산경기는 하향안정세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집값의 기초가 되는 땅값이 하향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주택건설 계획물량은 물론 공급물량 역시 신도시를 중심으로 대량이어서 특별히 매기를 살릴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부동산경기 순환주기도 대순환주기 10년,소순환주기 5년에 비춰볼때 금년에는 모두 침체국면에 속해 91년 5월부터 시작된 불황기가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올해의 부동산경기가 안정세를 지속하리란 분석요인은 많다.
먼저 수급면에서 보면 아직 최종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올해에 민간주택 30만∼35만호,공공주택 25만∼30만호 등 55만∼60만호의 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이는 작년의 건설물량(54만4천호 추정)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적어도 물량면에서는 집값이 오를 여지가 적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문제는 민간주택으로 부동산경기가 계속 침체될 경우 민간주택건설 업체들이 제대로 팔릴지도 불투명한 주택을 계획만큼 지어주겠느냐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도 이를 의식해 올해에는 공공주택 건설을 작년(19만2천호)보다 크게 늘려잡았고 전체 계획물량 만큼은 어떻게든 지어내겠다는 생각이다.
또 금년에는 그동안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물량도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전국의 주택가격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해온 수도권의 경우 분당·일산 등 신도시 입주물량은 7만호로 작년의 4만7천호를 크게 넘어서고 있으며 94년에도 6만호,95년 이후 10만6천호가 계속 대기중이다. 이와 함께 각종 개발공약으로 선거때마다 출렁거리던 부동산경기가 지난 대선에서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정책도 토지초과이득세가 90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등 계속 강화의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도 「안정세의 지속 전망」을 뒷받침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실 작년처럼 집값·땅값의 거품이 크게 빠진 한해도 드물다.
집값의 경우 지난 한햇동안 전국적으로 5.3%,서울의 경우는 5.6%가 하락했으며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는 부동산경기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91년 4월이래 1년6개월 남짓동안에 17.9%가 떨어졌다(주택은행 조사). 땅값 역시 투기가 심했던 임야는 거의 거래가 끊긴채 지난해 3·4분기까지 0.48%가 하락했고 연간으로는 1% 내외가 내려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부는 올해에도 같은 추세가 지속,집값의 경우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는 10% 정도가 더 떨어지고 지방도시는 완만한 하락세가 지속되며 땅값 또한 작년말보다 5% 정도 내려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개발연구원이나 토지개발공사도 예측은 엇비슷해 집값·땅값 모두 5∼10%의 하락을 점치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보는 눈도 별로 이와 틀리지 않다. 최근 부동산전문지 『주택정보』가 전국 3백50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가격에 대해 보합세(46%),하락세 지속(31%),상승세 반전(21%)의 순으로 보합 또는 하락세 전망이 77%를 차지했다. 부동산업계는 수도권의 경우 올해에 중소형 아파트 보다는 대형이,아파트 보다는 단독주택의 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중소형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빠진데다 거래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어느정도 지속이 예상되며 단독주택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아파트보다는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는만큼 올해에 하락세가 본격화 되리라는 이야기다.
김태호 팩스부동산중개 대표는 이와 관련,『그동안의 부동산경기 주기로 볼때 집값 안정세가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일단 하락세는 금년으로 멈추고 94년 이후는 점차 물가상승률 정도의 완만한 상승도 예상해 볼 수 있다』며 『내집 마련을 할 사람은 금년중 비이사철이 하나의 적기』라고 말했다. 집없는 서민들로선 「가격하락의 저점」이 집 마련의 호기인만큼 한번쯤 고려해볼 일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경기 하락은 내집마련이 희망인 서민에게는 물론 우리 사회의 큰 과제이면서 치솟는 집값·땅값으로 심화됐던 「있고 없는 자」 사이 갈등완화에도 기여한게 사실로 이같은 정책방향이 흐트러져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침체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공단 미분양 등 일부 산업에 지장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민간건설업체의 건설회피로 주택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우려되는 면도 있다. 부동산경기만큼 정책변수에 좌우되는 것도 드물어 새정부의 올해 건설투자 계획을 비롯,전체적인 경제운용과 관련된 부동산 정책의 향방을 주의해 지켜봐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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