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제국’의 후계자는 차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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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루퍼트 머독(76)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의 둘째 아들 제임스 머독(34.사진)이 머독 제국의 후계자이자 다우존스의 경영책임자로 떠오르고 있다.
 
제임스는 현재 뉴스코퍼레이션 자회사인 영국스카이방송 의 최고경영자(CEO)이다.

 미디어의 황제로 불리는 머독은 이달 초 다우존스를 소유한 밴 크로프트 가문과의 인수협상장에 제임스를 데리고 나왔다. 협상에 그를 참여시킴으로써 다우존스 인수 시 제임스가 경영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며 자신의 유력한 후계자임을 암시한 것이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25일자)에서 “협상장에 그를 대동한 것은 머독의 두터운 신임을 나타낸 것”이라며 “제임스가 머독 제국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제임스는 머독의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아버지와 함께 일한다. 머독은 세 번 결혼해 모두 6명의 자녀를 두었다. 이 가운데 둘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아들 래크란(35), 딸 엘리자베스(38) 그리고 제임스가 아버지 회사에서 일했으나 자기 사업을 한다며 몇 년 전 회사를 떠났다.

 제임스는 한동안 집안의 골칫거리였다. 머독의 자녀 가운데 가장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하버드 대학에 들어갔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 어울려 클럽을 전전했다.

음악사업을 한다며 집안 돈을 끌어쓰다 손실을 보기도 했다. 4학년 때 아예 대학을 그만뒀다. 이런 이유로 주변에서는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런 아들의 잠재력을 평가했다. 2000년 머독은 제임스를 홍콩으로 보내 스타 TV의 경영을 맡겼다. 여기서 제임스는 ‘누가 백만장자가 되길 원하나’ 와 같은 인기프로그램을 만들며 경영난을 겪던 스타TV를 정상화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머독은 2003년 “너무 어리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른 살의 그를 영국스카이방송 CEO로 내보냈다. 여기서도 제임스는 인터넷사업을 확대하고 라이벌인 버진미디어의 TV프로그램 제작업체 ITV 인수를 막는 수완을 발휘하며 아버지의 신임을 얻었다.

 제임스는 디지털 사업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 머독이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스페이스닷컴을 인수하는데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물론아직 머독이 왕성히 활동을 하고 있고 공식적으로 후계자에 대해 언급도 없다. 하지만 뉴스코퍼레이션 내부에서는 제임스가 머지않아 머독 제국을 지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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