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까지 검식관이 사전점검/달라진 김영삼당선자 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비 2배로 늘고 집출입 4단계 검문/“행동조심” 엄명 친인척 절제 두드러져
김영삼대통령당선자에 대한 경호·의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대신 가족·측근관계를 엄하게 하는 등 상당히 절제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선 김 당선자에 대한 접근이 까다롭게 변했다.
김 당선자 상도동 자택의 경찰경비병력은 대선이전 2개중대 2백50여명에서 4개중대 5백여명으로 대폭 보강됐다.
이들은 김 당선자의 집으로 통하는 골목 입구에서부터 일반인 출입자의 신분과 손에 든 물건 등을 검색한다. 또 골목길에는 이 동네 주민이외의 차량은 주차가 금지되고 있다.
김 당선자 자택의 대문앞에는 청와대에서 파견된 경호원들이 다시 방문자의 신분을 확인한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마당에 설치된 「마그네아이」(전자안)라는 검색장비를 통과해야 하며 현관에서는 역시 청와대 경호실소속 검색관의 검색을 받아야 하는 등 모두 4단계 관문을 무사통과해야 응접실로 들어갈 수 있다.
여의도 민자당사 총재실 입구에도 「마그네아이」가 설치돼 출입자를 검색하고 있고 김 당선자 전용출입문을 통해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것은 일절 금지된다.
○…김 당선자의 나들이에 대한 경호도 달라졌다.
선거전에는 사설경호팀차량 2∼3대가 김 당선자 승용차를 뒤따르는 정도였으나 요즘엔 경찰 사이드카 2대가 맨앞에서 길을 트고 청와대팀이 승차한 그라나다승용차 등 4대의 경호차량이 김 당선자 차를 에워싸고 달린다.
또 김 당선자 차량행렬이 지나는 연도의 교통신호등은 늘 청신호를 밝혀 진행을 전혀 방해하지 않고 있다.
경호팀에는 김 당선자의 식사도 사전에 점검하는 「검식관」을 두어 만전을 기하며 김 당선자가 예배보는 자리의 주위에까지 따라붙는 등 「1백%경호」에 나서고 있다.
○…김 당선자에 대한 주위의 호칭을 놓고 측근들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됐으니 기존의 「총재」 호칭에서 관례를 존중해 「각하」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김 당선자의 「은인자중」 심경에 부응키 위해 내년 2월 취임전까지는 「총재」로 호칭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는 「총재」로 호칭하는 측근들이 다수.
또 지난주 가락동 정치교육원에서 열린 당선축하연에는 처음으로 봉황병풍이 등장하기도.
○…김 당선자의 「검소한 대통령상」 심기 노력의 일환으로 특별한 용무없이 단순히 인사차원의 상도동자택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상도동에는 그간 줄을 잇던 방문객들이 지난 주말을 고비로 크게 줄어 오히려 「썰렁한」 느끼마저 줄 정도.
김 당선자의 생일날에도 민자당내에서는 김영구사무총장·최창윤비서실장·박희태대변인만 인사차 방문했을 뿐이며 부인 손명순여사의 생일인 29일에도 외부 축하객을 사절,자택에는 비서실 관계자 일부만이 눈에 띌뿐 정작 손 여사는 아침 일찍 외출.
○…김 당선자의 친·인척에 대한 「몸조심」 당부도 당선전에 비해 부쩍 잦아진 느낌.
김 당선자는 당선후 가족모임이 있을 때마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신경쓰라』고 당부,역대 대통령이 친·인척관리에 실패한 것을 교훈삼아 각별히 강조.
특히 김 당선자의 대통령선거까지 전면에 나서 활동했던 차남 현철씨에게 드러나는 행동을 하지 말도록 엄명을 내렸고 현철씨도 몸조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28일 처남인 손은배씨의 「한국교사연구협의회」 회장취임에 대한 김 당선자의 조치가 주목되는데 한 측근은 『사실여부를 알아보고 조치할게 있으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박영수·이상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