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최고"…의리-명예는 순진한 생각|고교스타도 부르는 게 수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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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4월 협회장기농구대회에서 패권을 차지, 의기양양하던 전통의 명문 숭의여고 농구팀이 뜻하지 않던 스카우트분규에 휘말려 풍비박산, 올 시즌을 엉망으로 마감하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이제 갓 고교에 진학한 1년생 유망주 김성은(1m84㎝)의 진로문제를 놓고 팀의 이옥자 코치와 학부모의 견해가 어긋나면서부터.
이 코치는 무명이었던 김성은을 숭의여고 팀으로 데려온 뒤 정성을 기울인 조련 끝에 게임당평균 15득점을 올리는 어엿한 팀의 대들보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김 선수는, 이 코치는 물론 학교측과도 일언방구 상의도 없이 현대와 가계약을 맺어 물의를 빚게된 것이다.
스카우트 비로 1억5천만원 이상이 건네졌다는 소문이 농구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배신감을 느낀 학교측은 이 파동에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학영 감독을 면직시켰으며, 또 김 선수를 각종 대회에 참가시키지 않은데 이어 내년 시즌에는 아예 팀에서 제명시키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체육계의 관행은 자신을 스타로 키워준 코칭스태프와 학교측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 대부분 이에 따르는 것이었으나 김성은측은 금전 유혹에 은혜도 의리도 다 버렸다는 것이 농구인들의 시각이다.
이는 체육계의 황금만능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최근 탁구계에선 한 고교 유망주의 실력평가문제를 놓고 해당 팀의 감독과 실업감독의 의견이 어긋나는 묘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연인즉 선수의 실력은 차치하고 선수를 파는 입장에 있던 고교감독은 매스컴에 해당선수의 활약이 대서 특필될 경우 스카우트비가 껑충 뛸 것을 노리고 선수의 가치를 부풀리기에 급급했고, 반대로 사는 입장의 실업감독은 이를 우려, 평가절하에 여념이 없었던 탓이다.
「사실」보다는 오로지 돈이 문제가 된 체육계의 또 다른 해프닝이다.
비교적 단위가 작다는 탁구의 A급 선수일 경우 보통 스카우트비가 2천만원 정도이지만 매스컴 보도 등으로 주가가 치솟게되면 그 2∼3배인 4천만∼6천만원대로 훌쩍 뛰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인기종목인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로 눈길을 옮겨보면 스카우트 비 또한 억대 이상인 것이 보통.
농구는 이제 여고스타선수만 해도 2억원을, 배구는 1억원을 넘어섰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같은 액수는 실력에 상응하는 대가도 아니고, 우리 경제가 넉넉해서도 아니다. 우승부담에 발이 묶인 팀의 약점이 악용되는 것뿐이다.
심신단련을 목적으로 한다거나 고향과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아마추어리즘은 이제 순진한 아이들의 생각정도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모든 스포츠가 돈을 목적으로 하는 황금만능주의로 오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기구기종목은 해마다 등록선수가 늘어나는 반면 비 인기종목은 갈수록 저변이 엷어지고 있다. 고달프기만 하고 대가가 적은 복싱 등 88올림픽이후 경기인구가 급격히 감소, 올 들어서는 출전선수 부재로 일부 체급경기가 열리지 못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졌다.
스포츠가 직접 함께 하는 참여보다 보이기 위한 것만으로 목적변질이 돼 금전만능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릴 추세다.

<한국 스포츠 이것만을 고치자>
1. 경기장 무질서
2. 과다한 체육연금
3. 병역기피 현상
4. 특기자 제도
5. 황금만능주의
6. 엘리트체육 편중 <그림=김회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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