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음악회-"쓸쓸한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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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신년을 여는 본격적인 대규모 음악회로 자리잡아온 정부 주최의 신년 음악회가 내년에는 열리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주최하는 신년 음악회도 거의 없어 금년과는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신년 음악회를 담당해온 문화부 예술 2과 관계자는 22일 『내년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신년 음악회를 열지 않기로 확정했다』고 밝히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으나 완전 폐지의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해마다 1월 하순에 문화부 주도로 열려온 신년 음악회는 지난 88년까지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열렸던 것을 지난 89년부터 예술의 전당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점차 일반에게도 공개돼 올해에는 콘서트홀 1, 3층을 일반 관객들에게 개방했었다.
이 신년 음악회는 비공개 당시 「문화 예술의 귀족성」에 대한 비난에 이어 90년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된 이후에도 여전치 초대 관객 위주로 진행돼 이에 4천만∼5천만원의 문예진흥기금이 쓰여지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방기도 했으나 국악과 양악을 함께 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년도에 두각을 나타낸 재외 한국인 음악가를 초청하는 등 수준 높은 음악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었다.
정부 주도의 신년 음악회가 돌연 열리지 않게 된데 대한 뚜렷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문예진흥원 이무철 진흥국장은 『내년 2월 예술의 전당 축제극장 개관 프로그램이 성대히 진행되므로 굳이 신년 음악회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서 일 것』이라고 설명.
그러나 축제극장 개관과 신년을 축하하는 음악회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며 시기적으로도 다소 차이가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내년에는 민간에서 주최하는 신년 음악회도 거의 없는 실정.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경우 1월 공연이 하나도 없으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은 ▲9일 북경 중앙 교향악단 내한 공연 ▲15일 두산 그룹 주최 신춘대음악회 ▲16일 주제페 스테파노 초청 독창회 ▲18일 김수영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가 음악회의 전부.
국립극장 역시 신년 음악회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특히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은 무대 설비 교체 등으로 신년 들어 약 40일간 보수 공사를 할 예정이어서 1월 무대는 기근 상태.
유일한 신년 음악회로 무대에 오르는 신춘 대음악회는 서울 아카데미 심퍼니 오키스트라와 성악가 고성현 (바리톤), 곽신형·양은희 (이상 소프라노), 박세원 (테너)씨가 출연, 클래식과 팝의 접목 무대로 펼쳐진다.
이처럼 신년 음악회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자 「신년의 음악 축제」를 기대했던 음악팬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장일남 교수 (한양대)는 『신년을 축하하는 축제 분위기를 범국민적 음악회로 열어 가는 정책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올림픽공원 내 경기장 시설을 이용해 국내의 여러 교향악단을 참여시켜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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