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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줄여 근로의욕 높이고 공무원 한 해 3만~4만 명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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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 열심히 일하자. 그리고 월급도 더 받자."

경제 규모가 세계 5, 6위인 프랑스에서는 요즘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 구호 같은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취임 40여 일이 된 니콜라 사르코지(52) 대통령이 일으키는 변화의 바람이다. 그는 지난주 엘리제 궁으로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향후 5년간의 개혁 청사진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나는 이전과는 다른 정치로 프랑스 사회를 바꿔 나갈 것이다. 그 중심에 노동시장을 뜯어고치는 작업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일 안 하는 프랑스'의 상징인 주 35시간 근로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을 부르는 법 개정 대신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식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35시간 이상 초과 근무 시 발생하는 수당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럴 경우 더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 현행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 35시간 근로제는 사회당의 간판 정책이었다. 그런데 이런 면세 혜택이 발표되자 사회당 안에서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르코지는 '파업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지도 보였다. 파업 전에 노조는 회사 측에 파업 계획을 예고해야 한다. 또 파업 8일째부터는 매일 의무적으로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노조원 다수의 뜻과는 무관하게 파업이 장기화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공공기관 파업 땐 최소 서비스 운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과거 철도노조 등이 파업하면 거의 전 노선이 멈춰서곤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파업 불참 인원을 최대한 동원, 공공서비스가 완전 정지되는 상황을 막기로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공약했던 대로 '작은 정부'도 이미 실천하고 있다. 이미 장관 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공무원 수도 감축하기로 했다. 퇴직자의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식이다. 에리크 외르트 예산부 장관은 "내년에 공무원이 약 7만 명 정년퇴직하는데 이 가운데 3만~4만 명은 충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돈 몇 푼을 아끼는 정도가 아니라 정부 조직을 개조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며 "각 부처는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르코지는 세제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현재 개인의 총 과세율이 소득의 60%인데 이걸 50%로 낮추기로 했다. 세금을 줄여줘 근로의욕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상속세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주택구입용 대출금에는 세금 공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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