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합류한 범여권 후보 중심 새판짜기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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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합류로 범여권의 판도가 후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탈당파가 내세운 '대통합'과,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추진하는 '소통합' 논쟁이 일순간에 후보 경쟁 구도로 뒤바뀌고 있다. 초반 경쟁의 선두 그룹은 비노(非 노무현) 그룹에선 손 전 지사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장, 친노(親 노무현) 그룹에선 이해찬 전 총리다.

김부겸 의원 등 탈당파 의원 7명으로 범여권 내 교두보를 마련한 손 전 지사는 우상호.임종석 의원 등 386운동권 출신 탈당파 의원들과 접촉 면적을 늘리고 있다. 핵심 측근인 김부겸 의원은 문희상.유인태 의원 등 중진들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도 자파 소속인 박영선.채수찬 의원을 비롯해 탈당파 의원 20여 명을 기반으로 세 규합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과 통합신당도 참여하는 8인 연석회의를 제안한 뒤 민주당.통합신당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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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은 친노 주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윤호중.이광재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친노 의원들이 주된 지지 기반이다. 세 사람은 당분간 '친노 세력'을 묶어 나가면서 친노 세력의 '대표선수'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을 둘러싸고 '예비 리그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선두 그룹 3인의 관계는 협력과 긴장이 교차한다. 26일 만난 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는 경쟁 속의 협력 관계다. 그러나 민주개혁 정통성을 내세운 이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은 손 전 지사와의 노선.전력(前歷)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김종률 의원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라는 민주개혁 세력 10년의 정통성을 손 전 지사가 계승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김근태 전 의장이 제안한 대선 후보 연석회의의 성사 여부다. 우선 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는 연석회의 참여에 호의적이다. 그러나 친노 주자들이 열린우리당 잔류를 택할 경우 범여권 후보 선출은 2단계 과정이 불가피하다. 비노 주자들이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모여 국민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한 뒤 2단계로 친노 그룹에서 선출된 후보와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유사한 방식이다.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로 '소통합'을 주도해 온 민주당.통합신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손 전 지사가 대통합을 지지하면서 이들 중심의 소통합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는 예정대로 27일 신당(중도통합민주당.34석) 창당을 위한 합당을 결의한다. 한편 친노 그룹의 잠재 주자인 유시민 의원은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 "지금 우리의 상황은 치킨 게임(두 차가 마주 보고 달리다 피하는 쪽이 겁쟁이 치킨이 되는 게임)의 상황이다. 민주당 등 상대가 있는데 너무 약하고 명분 없이 양보하는 듯한 모습만 보였다. 이제부터라도 당당하게 버틸 건 버티자"고 주장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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