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선 어떻게 산출하나/학원,문제지 긴급입수 강사들도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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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과외 출제·재수생학력·경쟁률 감안
대입때마다 수험생·학부모를 울리고 웃기는 대학별 합격선­.
특히 올해처럼 난이도 평가가 평가기관마다 엇갈릴 때는 허수이기를 비는 기대와 실수라고 믿는 불안감에 바짝바짝 애간장이 타들어간다.
그러면 이같은 예상치는 얼마나 과학적인 과정을 거친 근거일까.
학력고사가 치러지던 22일 오전 9시20분,대입 수험생들이 가슴을 졸이며 문제를 푸는 동안 해마다 대학별 합격선을 제시하고 나름대로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시내 유명 입시학원에서도 내로라하는 강사들이 똑같은 문제지를 앞에 놓고 「시험」을 보고 있었다.
문제지는 각 학원측이 승용차를 이용,긴급 수송해온 것.
강사들이 문제를 풀어본뒤 평이하다,좀 까다로운 것 같다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국어과목의 경우 「대체로 어려운 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과서 밖에서 지문이 20%나 출제됐고 독서·언어능력 비중이 커져 아무래도 지난해에 비해 한두문제쯤 더 틀리지 않겠느냐는 분석.
또 학원마다 합격선 예상의 최대 난점이었던 4교시 국민윤리는 설문 내용에 고교생으로선 얼핏머리에 와닿지 않는 어려운 용어가 들어있고 올 4월에 개정된 북한의 헌법내용을 묻는 등 시사성 있는 문제가 있어 점수가 낮아지리라는데는 일치된 의견이었지만 학원마다 2∼3점의 차이가 났다.
이같은 분석은 대체로 문제가 복합적인지,교과서 밖에서 얼마나 출제됐는지,설문에 함정이 있는지 등을 근거로 상위권·중위권·하위권으로 나누어 과목별±점수를 산정해 낸다.
다음엔 학원측이 보유하고 있는 지원대학별 재수생들의 학력지수에 경쟁률을 감안,예상 합격선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D학원 김언기교무부장은 『거의 대부분의 수험생에 대한 학력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재학생의 경우 대학지원 추세를 파악할 수 없어 오차가 있다』고 실토한다.
학원측의 이같은 예상합격선 산출작업은 수험생·학부모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학원 홍보의 「부산물」이다.
학원측과 학원강사들은 자신들이 「찍은」 문제가 얼마나 적중했느냐를 분석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상 합격선까지 도출된다는 것.
특히 유명 입시학원의 「쟁쟁한」 강사들은 자신들의 문제집·저서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서의 적중률이 A,B,C급으로 분류되는 자료가 되기 때문에 사활이 걸려있다는 것이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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