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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적극 개입할때”/겐셔 전 독일외무장관 송년 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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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라진 「동서」 새질서 절실/남반구 군비증강 억제 “발등의 불”/제3세계 지원·자원보호 병행을/세르비아 응징에 안보리 결단 시급
1992년말에 즈음해 세계는 동서대립의 극복에서 생겨난 기회를 이용할 것인가,아닌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동서간 대립은 지난 수십년간 국제정치를 결정해 왔다. 이는 지역분쟁의 해결을 방해해 왔고 과도한 경제·재정적 자원의 소모를 강요해 왔으며 군비경쟁을 야기해 왔다. 동서대립은 또한 늘 전세계적인 무력충돌의 위험을 야기해 왔다.
오늘날 새로운 가능성을 이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침략자 “고무” 위험
유엔은 보다 강화돼야 한다. 유엔은 제2차세계대전 직후 유엔창설국들이 부여한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유엔 창설당시는 전승 4강의 기본합의에서 출발했으나 오늘날은 전세계적인 기본합의가 존재하고 있다. 단지 결여된 것은 국제평화 및 국제정의를 파괴하는 자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이 기본합의를 이용하겠다는 결단성이다.
이는 아직도 침략자 세르비아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결여된 구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특히 잘 드러나고 있다. 세르비아는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그리고 보스나­헤르체고비나를 차례로 전장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폭력으로 위협하고 있다.
빈틈없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세르비아에 대한 포괄적 금수조치는 세르비아의 전쟁집단이 전쟁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결정은 아직도 유엔 안보리에서 내려지지 않았다.
침략자 세르비아에 대한 안보리의 미온적 태도는 유럽이나 세계의 다른 지역에 있는 또다른 침략자들을 고무시킬 위험성이 있다.
유엔규약에 따르면 유엔만이 권력의 독점자다. 유엔만이 전세계 모든 국가에 구속력이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인권보호를 위해,소수민족의 권리보호를 위해,전세계 각국 영토의 신성불가침성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은 이를 실행해야 한다.
유엔안보리는 특히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억제하고 제3세계의 군비증강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책임을 각성해야 한다. 북반구의 군축이 남반구의 군비증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제3세계 국가들은 대포나 탱크·로킷이 필요하지 않다.
○지역결속 안정기여
그들은 병원이나 학교·트랙터가 필요하며 근본적인 궁핍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도 유엔은 필요하다. 소말리아에 대한 원조물자를 유엔의 명령으로 군사력을 동원,지키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찬 조짐이다.
전세계의 안정을 위해서는 패권주의 정치가 전세계적으로 종결돼야 한다. 모든 국가는 동등한 권한을 부여받았고,또 그렇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
지역적인 결속의 사례는 점점 늘고 그 강도도 점점 커질 것이다.
유럽공동체(EC)의 예는 모방을 유도하고 있다. 아세안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걸프지역협력회의나 중남미국가들의 결합도 마찬가지다. 중·근동지역에 새로운 지역그룹들이 탄생하고 있고 동아시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유엔의 설립취지와 일치하는 것이다. 지역적 결합은 정치·안보·경제적 안정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유엔은 내년에 정치적 분쟁의 해결에 기여하고 필요할 경우 군사적으로라도 정의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외에 인류공동으로 도전을 해결하는 활동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이 이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는 제3세계에 대한 지원이나 자연환경보호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선진산업국가들의 「책임있는 정책」은 개발도상국들이 정치·사회적 안정을 확보하는데 포괄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지구의 천연자원에 대해 선진산업국가들이 책임을 의식한 관계를 가질 것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선진산업국가들은 개발도상국들의 부담으로 전세계적인 환경훼손의 혜택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유럽공동체·일본같은 선진산업대국들은 93년에 과거보다 이해심이 풍부하고 책임있는 공동작업을 해야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들은 세계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공동의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이들은 이 공동전략이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부수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이를 수립해야 한다.
○G7회담에 큰 기대
이러한 배경에서 93년 일본 동경에서 개최되는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 국가들은 이러한 도전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유럽공동체는 내년에 단일시장에 돌입하게 된다. 유럽공동체 회원국들은 경제·통화동맹과 정치동맹에 관한 궁극적이고도 긍정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유럽공동체는 또 우선 오스트리아·핀란드·스웨덴과 유럽공동체에의 가입협상을 전개할 것이며 기구개편과 준회원조약 등의 수단을 확대,중·동남부 유럽지역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떠맡게 될 것이다.
이는 유럽의 안전판으로서의 유럽공동체의 지위에 합당한 것이다.
유럽공동체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안정화에로의 방향에 기여하기 위해 러시아 및 구소련에서 생겨난 여타 공화국들과 새로운 협력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1993년에 「책임있는 협력」이란 사고가 도처로 확산되는 것이 전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한스 디트리히 겐셔 약력
▲46∼49년 할레대·라이프치히대(법학·경제학)
▲52 자민당(FDP) 입당
▲65 연방하원의원
▲74∼85 자민당총재
▲74∼92 부총리겸 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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