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불안한 이기택 과도체제/차세대 주자들 당권 물밑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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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이란 거대한 병풍이 사라져버린 민주당의 향후 지도체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단지 민주당내의 당권경쟁 차원을 넘어 한국야당사의 다음 획을 그을 차기주자의 대두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기택대표 단일과도체제 유지에 쉽게 합의했다. 그러나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재정비키로 함으로써 차세대 주자들은 사실상 치열한 물밑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3월18일 이전에 있을 전당대회까지 2∼3개월간 과도체제가 어떻게 정비될지가 우선 관심사.
당헌상의 공동대표인 현 이기택체제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신민계는 물론 민주계내부에서조차도 불안과 불확실성을 느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는 이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외면적인 김 후보 지원 노력에도 불구,어차피 6대 4의 대주주인 신민계의 정서를 한그릇으로 담아내는데 한계를 지닌다는 현실인식과 함께 이 대표가 그간 보여준 당운영의 소극적 자세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초 결원이 된 공동대표를 신민계에서 즉시 충원해 당을 편안하게 이끌면서 차기전당대회의 당권경쟁을 준비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대표의 「교통정리」를 바라는 입장에서 21일 후임자 지명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전대표는 『이미 정계은퇴를 한 상태』라고 개입을 거절했다.
이 대표가 공동대표의 재구축에 매달렸던 것은 달마다 2억여원에 이르는 당운영 비용과 정치적 부담을 신민계와 함께 지려는 계산때문이며 미묘한 경쟁관계에 있는 신민계를 흔들어 전력타진을 해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신민계의 입장은 후임공동대표를 뽑지않고 공석으로 둔채 일단 이 대표만의 과도체제쪽으로 가자는 것으로 21일밤 입장을 정리,이날 이 대표체제를 확정했다.
이는 신민계의 다음 「간판」을 놓고 잠재적 경쟁자들간에 서로 속셈과 이해관계가 달라 조정이 안된 때문으로 알려졌다. 과도체제의 공동대표가 갖게될 기득권을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는 경쟁자들끼리의 견제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단일지도체제로 당을 끌고 가자는 의견도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는 대선이후 흐트러진 당의 모습을 일신해 보자는 표면적 의도속에 거목이 사라진 야당의 법통을 확실하게 하자는 속셈임은 물론이다.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 전당대회는 이를 채택할 공산이 없지않다. 이에 따라 신민계의 김상현·김영배·김원기·조세형·정대철최고위원들간의이해득실에 따른 물밑제휴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동교동적자」임을 내세우는 김상현최고위원은 지난번 전당대회 최고득표와 5공시절 김 전대표를 대신해 민추협공동의장대행으로 「제2인자 실험」을 해본 경력을 내세우며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김영배·조세형·김원기·정대철최고위원 등의 의욕도 만만치 않아 이들의 이합집산에 따라서는 순수집단체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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