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직장인 (40)|국제선 탑승 수속 전담 대한항공 안은숙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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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출입국과 관련, 국내외 VIP 중 대한항공 안은숙 과장 (29·국제선 탑승 수속 팀)의 신세 (?)를 져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는 만9년의 회사 생활 중 지금까지 5년 넘게 붙박이로 1등석 (First Class) 탑승 수속을 맡아오고 있다.
탑승 수속을 고속버스 차표 끊는 일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실 국제선 탑승 수속은 만만치 않은 업무다. 우선 출·입국에 갖춰야 하는 서류가 적지 않은 데다 그나마 나라별로 각양각색이다. 외국 손님도 자주대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일어회화는 기본.
또 수시로 변하는 기상 상황에 따라 예약 손님을 탄력 있게 처리해야 하고 손님의 성격 등에 따라 좌석 배정 하나 하나에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건 한건의 수속마다 한마디로 적지 않은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안 과장은 초년병 시절 입국 서류에 신경 쓰다보니 정작 비행기표를 회수하지 못한 적도 있어 뒤늦게 부랴부랴 해외 지사에 연락, 결국 비행기표를 찾긴 했지만 헛 장사 할 뻔했다며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안 과장은 이같은 초년 고생 덕에 탑승 수속 분야에서 현재는 사내에서 손꼽히는 베테랑으로 자리를 잡았다. 인하공전을 졸업하고 85년 초 입사한 후 남자 사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승진 선두 그룹에 끼여 대리를 달고 지난 10월에는 과장 자리에 앉았다. 그는 회사 내 김포 국제선청사 근무자 중 단 2명 밖에 안되는 여자 과장 중 한 사람이다.
큰 입의 함박 웃음이 상표인 안 과장은 눈이 밝기로도 정평이 나있다. 출국 승객이 수속대 3∼4m 앞으로 다가오면 그는 대번에 손님의 의사를 읽는다. 병무 신고가 제대로 안된 경우, 발권 창구와 혼동한 승객은 물론 화장실을 찾는 손님까지 그는 한눈에 척 알아본다.『다년간의 경험이랄까요. 이 손님 저 손님 다양하게 대하다 보니 어떤감 같은게 있어요.』안 과장은 눈빛을 잘 보는 것이 사람들의 욕구·의사를 빨리 알아채는 비결이라며 웃었다.
3남 3녀 중 막내인 그는 지난 10월 결혼했다. 애초 대학 진학 당시부터 꿈꿔온 직장이어서 결혼 후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안 과장은 계속 일할 작정이다. 과장이 되면서 월급 (월 1백20만원선)이 올라 좋기도 하지만 부하 직원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등 꽤 부담스럽기도 한 것이 요즘 그의 직장 생활이다.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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