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핸드볼 한현숙 "코트여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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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핸드불 스타 한현숙 (22·초당약품)이 부상으로 정들었던 핸드볼 코트를 떠난다.
한은 이미영 (전 광주시청·은퇴)과 더불어 서울 올림픽에 이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연속 출전, 여자 핸드볼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중순 대구 전국 체전을 앞두고 팀과 함께 훈련 도중 왼쪽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낀 이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핸드볼 큰잔치 3차 대회가 끝나는 26일 서울 은전국교 5학년부터 시작된 12년간의 핸드볼 인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87년 정신여고 3학년 때 여고생으로 태극마크를 단 한은 1m75㎝, 63㎏의 좋은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강력한 중거리 슛이 일품으로 윤병순 (일본에서 활약 중) 이후 왼손 공격수 부재인 대표팀 호프로 등장했었다.
한은 고병훈 (초당약품) 당시 대표팀 감독의 집중 지도로 서울 올림픽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이후 대표팀 선발과 탈락을 무려 네번이나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내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대표에 발탁된 뒤 국제 무대에서는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으로 감독마다 조금씩 다르게 운영하는 경기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
여기에다 고비 때마다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굽기야 지난해 8월 히로시마에서 벌어진 아시아선수권 겸 올림픽 예선전에서는 부상으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해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혹평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 1월에 벌어진 91핸드볼 큰잔치에서는 전성기 때의 위력적인 중거리 슛을 신들린 듯이 터뜨리며 초당약품을 우승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MVP로 선정되면서 대표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한은 기대를 모았으나 다시 박정림 (상명여대)과 고교생 대표인 홍정호 (인천여고)에게 자신의 포지션을 내준 채 눈물을 삼키며 이들의 플레이를 뒤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한은 이때 엄청난 심적 고통과 함께 핸드볼 자체에 강한 회의를 느껴 은퇴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23일 개막되는 92핸드볼큰잔치 3차 대회에 대비, 현재 성남 체육관에서 훈련중인 후배들의 훈련을 돌봐주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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