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방외교 마무리­경협확대 포석/한­베트남 수교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클린턴 행정부도 경제제재 곧 풀어/인도지나반도국과 선린관계 유지
한국과 베트남이 내주초 수교한다.
이상옥외무부장관은 20일 출국,21일부터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다. 이 장관은 22일 구엔 만 캄 베트남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국교정상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한국민족이 해외에서 무력을 행사한 유일한 나라다. 그점에서 다른 나라와의 수교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지난 55년 10월 월남공화국을 승인하고 56년 5월 수교,현통일정부인 북측과는 다른 블록에 있었다. 더군다나 미국의 요청을 받아 64년 9월부터 73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총 31만여명에 이르는 국군을 보내 현정부측과 전투까지 벌였었다.
양국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지난 90년부터. 88올림픽때 대표단을 처음으로 한국에 보냈던 베트남은 지난 90년 4월 태국주재대사를 통해 대베트남 투자 등 양국관계 발전방안을 제의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제재조치에 동참할 수 밖에 없어 주저했다. 때문에 캄보디아 사태의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걸어 본격적인 협상을 미루어 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캄보디아사태가 해결국면에 접어들고,미·월관계가 호전됨에 따라 수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양국 국민간의 비정상적인 감정외에도 고엽제 피해자가 고통을 받고 있는 등 베트남전쟁의 후유증은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이제 양측 당사자가 전향적인 자세로 불행한 과거를 정리하고,국교를 수립했다. 이것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한 매듭을 푸는 것이다. 동시에 양국이 협력해 아시아의 새 질서를 구축해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과거사를 수교의 전제조건화하지 않고 『과거보다 미래를 보자』는 「관용」의 태도를 보였다. 이제 공은 한국측으로 넘어온 셈이다.
정부는 한국이 일본에 대해 과거사의 정리를 끈질기게 요구한 것이나,중국의 한국전 참전에 대한 국민감정 등을 고려해 「언급」수준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도 베트남에 대해 솔직한 사과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참전 용사단체 등 보수단체의 입김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또 한국이 북방외교를 시작한 이후 드물게 남은 수교하지 않은 주요 사회주의국가로 북방외교를 마무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미·일을 중심으로 해온 우리 외교를 전방위 외교로 확산하는데 가장 중요한 대아시아관계의 중요한 거점 확보라는 측면도 중요하다. 베트남은 그동안 미국의 통제에 묶여온데다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대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내년부터 아세안 외무장관회담에 업저버로 참석하고,수년내 아세안의 정회원국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베트남의 영향력은 상당하며,앞으로 인근 라오스·캄보디아와의 수교에도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은 이번 베트남과의 수교를 계기로 내년부터 메콩강개발사업에 참여키로 하는 등 인도차이나와의 경제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은 지난 11월 호치민시에 무역관을 개설했으며,지난 8월말 현재 총 31개의 지사가 설치돼 있다. 교역량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2억4천8백70만달러,투자는 지난 9월까지 누계 14건 8천4백80만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수교이후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미국도 클린턴행정부로 이관되기 전에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상승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수교와 함께 경제·기술 협력협정도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김진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