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젊은 피' 수혈 등 개혁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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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집권 자민당이 젊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개혁에 착수했다. 지금의 충원과정으로는 정치적 연고는 없지만 유능한 인재들이 자민당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신진세력을 끌어들이며 약진을 거듭했다.

◇개혁안 골자=국회의원 후보는 공모를 우선으로 하고, 아버지나 친족이 의원을 지냈던 선거구에서는 출마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후보 공천은 중앙당이 선정했다. 그러나 퇴임 의원의 경우에는 지구당이나 퇴임 의원의 후원회 조직이 지명해 왔다. 세습의 고리가 차단될 수 없는 구조였다.

자민당은 또 '고이즈미(小泉)학교'를 설립키로 했다. 정치에 뜻을 가진 40세 이하의 정치신인을 대상으로 '공모→시험→면접'을 거쳐 후보군을 선발한 다음 각종 전문화한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인물난을 겪는 지역구의 후보로 활용하거나 참신한 비례대표로 등용하기 위해서다.

자민당은 이르면 내년 1월 16일에 열리는 당 중앙대회에서 확정하는 '당 운동 방침안'에 이 같은 개혁안을 포함시키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유=세습의원에 대한 국민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달 유권자 1천8백여명을 조사한 결과 "너무 많다"는 응답자(68%)가 "괜찮다"(25%)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습의원 가운데도 능력있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기득층 출신이기 때문에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대표는 "정치가 가업(家業)이 됐다"고 비판했다. 자민당에 대해 냉소적인 관료들도 적지 않다. 한 관료는 "능력을 따지면 세습의원보다 우수한 고시출신 관료들도 많은데, 정치적 연줄이 없어 의원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도쿄(東京)신문은 29일 "자민당과 인연이 있으면서도 혈연관계가 없어 자민당을 포기하고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의원 총선에서 40석이 늘어난 민주당의 경우 당선자 1백77명 가운데 58명이 초선일 정도로 젊은 인재를 많이 받아들였다. 또 자민당의 40세 이하 국회의원은 17명에 불과하지만 민주당은 45명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미도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탈 파벌'과 '성역 없는 구조개혁'을 내세워 당선됐다. 이후 고이즈미가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한 이들은 40대 젊은 의원들이었다.

◇세습의원의 실태=양과 질 모두에서 세습의원의 파워는 대단하다. 자민당의 세습의원은 중.참의원을 합한 당 소속의원 3백60명 중 33.9%에 해당하는 1백22명이다. 민주당의 14.4%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질적으로 봐도 자민당에서는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 아베 신조(安倍晋三)간사장 등 정부와 당의 요직 상당부분을 세습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할아버지대부터 해당 선거구를 독점해 온 통산연수는 고이즈미 집안이 84년11개월, 아베 집안이 58년11개월에 이른다. 또 고이즈미 내각의 각료 중 절반가량이 고이즈미 총리와 마찬가지로 세습파 의원이다.

◇전망=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한층 넓어지고, 정당 간의 '젊은 인재 확보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젊은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중진의원들이 지난달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의원 58명에 대해 의정활동 방법 등을 가르치는 학습회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민당의 개혁안에 대한 당내 노장파 의원 상당수가 부정적이다.

따라서 개혁안이 결실을 보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역 유권자들의 의식도 문제다. 세습의원 자녀들의 경우 자민당 공천을 받지 못해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 자민당에 입당했다.

지난달 중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민주당을 합해 세습 후보 총 1백73명이 출마, 82%인 1백41명이 당선됐다. 지난번의 당선율(74.9%)보다 높아진 것이다. 유권자 상당수가 "세습의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이권' '인정' '의리'등에 얽매여 있는 지역 유권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오대영.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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