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여론조사업 “대호황”/대선특수… 엇갈린 업종별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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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류·관광·인쇄 예상밖 저조/헬기대여 항공사·한국PC통신 수입 “짭짤”
한표라도 더 얻기위한 각 후보진영의 선거운동에 못지않게 선거특수아래 상품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업계의 뜨거운 판매경쟁도 마침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14대대통령선거 특수는 예년보다 철저해진 불법선거운동 단속과 매스컴을 위주로한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를 낳았다.
13대때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주류·관광·판촉물·종이·인쇄업계는 완전히 「파리 날리는 신세」가 되거나 부진을 면치 못했고 대신 광고·여론조사·첨단통신 등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새로운 선거특수업종으로 자리잡았다.
주류업의 경우 지난 선거때는 선거 두달전부터 판매량이 20%이상씩 늘어 소주회사는 30억∼40억원,맥주회사는 70억원정도의 특수를 올렸으나 올해는 각사의 판매량이 평상시 수준에 그쳐 선거특수의 총아자리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없어서 못팔았던 라이터는 B사의 경우 미리 만들어 놓은 1백만개의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보자기·병따개 등 각종 판촉물도 유세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10월 한달동안 큰 재미를 보았던 관광운수업계의 경우 11월들어 당국의 단속으로 반짝경기에 그쳤지만 시계는 「03시계」「DJ시계」 등이 대선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업계전체에서 60만개 안팎의 주문이 이뤄져 30억원 정도의 뜻하지 않은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제지업계에선 팸플릿용인 백상지·아트지,전단용인 중질지를 포함해 총 1백39억원어치가 각 후보측에 납품됐는데 한솔·계성·무림·한국제지 등 4개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선거의 종이물량 자체가 지난번보다 30% 가량 줄어든 2만t에 불과,연 1백만t이라는 공급초과에 시달리던 제지업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인쇄업계도 지난번보다 30% 줄어든 2백억원의 시장을 놓고 10여개사가 피나는 각축전을 벌여야했다.
광고의 경우 각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정책·이미지광고를 실시,총 2백20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했는데 매체별로는 신문이 94%로 절대다수를 차지했고 잡지는 4%,TV·라디오 등 방송광고는 5회까지로 제한한 규정 때문에 2%인 4억8천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각 방송사는 각 후보들의 방송연설비용으로 총 30억원의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신문·방송사 등에서 받은 광고비용중 15%인 33억원은 광고를 기획·제작한 광고대행사측에 돌아가는데 전체의 40%이상을 차지한 국민당광고의 대행사인 금강기획이 큰 수익을 올렸을 뿐 민자당 광고를 나눠가진 삼희·서울광고·코래드 등 대행사는 알려진 것보다 수익이 크지 못했다.
선거추세를 파악하기 위한 각당의 여론조사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이를 대행하는 회사들이 상당한 특수를 누렸는데 1천명대상의 전화조사일 경우 1회대행료가 약 1천만원에 달했다.
특히 각당이 이같은 여론조사를 10회이상씩 계속해왔고 상당수의 대기업과 언론기관·단체 등에서도 대선여론조사를 의뢰했던 것으로 볼때 여론조사기관이 이번에 올린 수익은 총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후보들이 기동력 향상을 위해 저마다 헬기를 이용한 탓에 한국항공 등 3개 항공회사가 헬기대여료로 시간당 1백26만∼1백80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한국PC통신도 민자·민주당에 선거홍보를 위한 컴퓨터통신게시판을 개설해주고 2천만원의 짭짤한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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