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무조건 항생제 투여”/수술후 환자상태 고려않고 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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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의대교수 조사… “부작용 생기고 약값도 비싸”
「우유속 항생제 검출」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많은 병원이 수술후 환자에게 무조건 일률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으며 그 기간도 적정 치료원칙보다 3∼7배나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효가 강한 2차 항생제를 처음부터 사용하는 등 항생제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대의대 신영수교수팀(의료관리학)이 최근 전국 대규모 70개병원에서 시행된 제왕절개술 등 5개질환 2천3백16건에서 항생제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조사결과 담낭절제술의 경우 1백% 모두 항생제를 사용했으며 이밖에 제왕절개술 99.1%,충수돌기절제술 99.6%,백내장수술 98.8%,소아폐렴 96.5%와 같이 대부분의 병원이 수술후 환자의 상태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등 외국의 항생제 처방률이 충수돌기절제술 46%,담낭절제술 45%인 것과 비교할때 2배 이상에 이르는 과다사용이다.
항생제 사용기간은 가장 짧은 소아폐렴의 5.8일에서 가장 긴 담낭절제술의 14.3일까지로 이는 이들 질환의 입원기간 8.1∼15.7일과 크게 차이가 나지않아 입원내내 항생제를 계속적으로 투여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항생제가 감염을 막기 위한 예방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적정 치료원칙은 수술직전에 투여해 2일간을 넘지않도록 권장되고 있으나 이번 조사결과 전국 병원이 항생제를 3∼7배나 과다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값이 비쌀뿐만 아니라 약효가 강해 일반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을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2차 항생제 사용도 전환자의 68%에 투여될 만큼 지나치게 많이 처방돼 문제가 되고있다.
항생제 오·남용은 위장장애·현기증과 같은 약물부작용을 일으키며 약에 대한 저항균의 발생,병원감염의 증가,진단지연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또 항생제가 워낙 비싸 약제비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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