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5공 경제치적 후한 점수/2김1정의 역대대통령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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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공 물정부” 힐난 집권땐 차별화강조 김영삼/“노실정 YS공범… 전 정책일관성 인정” 김대중/유일한 노 옹호론… “박은 위대한 지도자” 정주영
만약 박정희·전두환·노태우대통령이 한자리에 앉아 대선후보의 말을 들었다면 각자 기분이 어떠했을까. 박 대통령은 흐뭇했고 전 대통령은 감회가 깊으며 노 대통령은 섭섭했을 것이다.
3당 후보들을 통해 박 대통령은 근대화업적을 인정받았다. 전 대통령은 정통성·5공비리 부분에선 꼬집혔지만 「경제안정」점수는 후하게 받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민주화·중립내각에 관한 부분적인 평가는 받았지만 「경제·사회실정」대목에서 호되게 비판받았다.
○…노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한때 사이가 좋지않았던 정주영 국민당후보로부터만 보호를 받고 있다. 김영삼 민자당후보는 12일 대구유세에서 노 대통령을 「민주화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1일 관훈토론회에서 밝힌 『내가 집권하면 차기정부는 6공과는 완전히 다른 정부』라고 한 말이 그의 진심에 더 가깝다. 그는 『노 대통령을 법이전에 인간적인 면에서 예우하겠다』고 했다. 법으로 따지면 잘못이 있다는 얘기고 충남유세에선 『이런 물정부로는 안된다』고 외쳤다. 김 후보가 애용하는 「깨끗한 대통령」론도 노 대통령을 빗대 한 말이며 후계확정 과정에서 보인 노 대통령의 처신에는 일말의 유감이 있음이 분명하다.
김대중 민주당후보는 김영삼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노 대통령을 끌어붙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6공실정의 뿌리는 3당합당이며 따라서 김 후보가 「공동정범」이라는 논리다.
김 후보는 가끔 노 대통령에게 직접 화살을 쏘았다. 그는 『이동통신건에서 보듯 친인척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했고 『내정실패를 외교로 만회하려다 또 실수했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7월초까지만 해도 노 대통령을 『무능한 사람』이라고 했으나 양자화해(아들 몽헌씨 석방)이후엔 『노 대통령이 큰 맘먹고 9·18을 했으니 나도 큰 맘먹고 찬양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태도를 바꿨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을 백담사로 보냈던 사람들에게 부분적으로 명예회복을 받았다.
대통령후보가 되자마자 연희동을 찾았던 김영삼후보는 대선유세에서도 전 대통령의 지도력을 치켜세웠다.
합천에서 그는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운영경험을 듣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5공비판은 거의 하지 않았다. 자신의 반독재 단식투쟁을 간단히 얘기할 뿐이었다.
「5공인사영입」움직임에서도 드러나듯 김대중후보도 전 대통령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민주주의를 하겠다고만 하면 5공세력과도 손잡겠다』고 공언했다.
김대중후보는 『6공과 달리 5공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 후보도 경제쪽으로 전 대통령을 높이 사주었다. 그는 합천유세에서 『전 대통령은 물가를 안정시켜 매년 1백억달러 흑자를 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정치부분에선 전 대통령을 깎아내렸다. 그는 관훈토론에서 『워낙 무지막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후 13년이 된 박 대통령은 3당 후보로부터 「근대화」에 대한 칭송을 듣고 있다. 김대중후보는 끝내 국립묘지로 그의 묘소를 찾아갔다. 박 대통령을 칭송하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영삼후보 역시 「과감히」 박 대통령의 구미생가를 방문했다. 그저 들러본 정도가 아니라 경건한 모습으로 분향까지 했다.
김 후보는 12일 경북유세에서도 『과거 이 나라의 근대화가 필요할때 여러분은 근대화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찬양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김 후보의 태도는 전 대통령에 대한 것과 성격이 다른 느낌이다.
박 대통령의 오랜 정적이었던 김대중후보는 자신에 대한 박 대통령의 핍박보다 박 대통령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는 영남유권자들의 표를 더 의식하고 있다.
정 후보는 박 대통령을 전·노 대통령과는 격이 다른 「위대한 지도자」로 받들고 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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