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운하 보고서 수자원공사 본부장이 유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37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 보고서'는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인 김모(55)씨가 유출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24일 김씨로부터 보고서 유출 사실을 자백받고 수자원공사법상 직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S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함께 다니는 결혼정보업체인 P사 대표 김모(40)씨가 술자리에서 "경부운하에 관심이 많다"며 "보고서를 한번 보자"고 해 지난달 28일 학교에서 김 대표에게 보고서를 넘겼다. 경찰은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에 대해 직무상 비밀누설 방조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P사 대표 김씨는 6월 1일 평소 친분이 있는 언론사 기자를 서울의 한 호텔커피숍에서 만나 수공 기술본부장 김씨에게 받은 보고서 복사본을 전달했다. 결혼정보업체 P사는 2001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설립됐으며 상류층 자제만을 대상으로 결혼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공 기술본부장 김씨는 김 대표에게 보고서를 건네주면서 작성자를 '수자원공사'에서 'TF'로 고쳤다. 경찰은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를 대비해 출처를 숨기려는 의도로 수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고서가 수공 간부→결혼업체 대표→언론사 기자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금품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수자원공사 본부장과 언론사 기자와는 안면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자원공사 김씨와 P사 대표 김씨가 특정 정당 또는 대선 캠프에 관여했는지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수원=정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