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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인삼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조선조 말 조정은 정조대왕이후 대가 끊길 위기에 놓이자 철모르는 강화도령을 데려다 왕좌에 앉혔다. 바로 비운의 왕 철종 임금이다. 어린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공연히 답답해하였다. 요즘 선거철을 맞아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마음과 행태는 비슷한 것 같아 더욱 씁쓸하였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옛 철종의 고향 강화도를 찾았다.
불로불사의 영약 인삼은 온갖 종류의 질병을 다스리는데 보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화를 돕고 항암작용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홍역 등 발병에는 오치려 해롭다 한다.
명성황후 민비가 고종의 첫사랑이었던 궁녀의 몸에서 태어난 아들이 홍역이 걸리자 병구완하라고 일부러 인삼을 하사했다고 한다. 궁녀는 알면서도 거역할 수가 없어서 인삼을 달여 먹였고 자식은 고열을 견디다 못해 죽었다는 얘기도 전해져 온다.
강화인삼은 황해도 개성, 경북 풍기, 충남 금산의 것 못지 않게 한국을 대표하는 명삼이다. 약효도 남다르다고 강화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해풍에 묻어든 염분이 인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본디 인삼의 성품은 온하고 맛은 달면서 약간 쓰다. 원기를 보하고 심장을 강하게 해주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비위를 건강케 하는 효능이 있다.
차 거리로서 인삼은 5∼6년 생의 상등품이 아니어도 된다. 2∼3년 생으로서 작아도 싸고 많은 것일수록 좋다. 건삼이 아닌 수삼(생삼)이어야 하고 대추와 생강을 함께 넣어 은근한 불에 달여 물처럼 마시도록 한다. 속이 늘 더부룩한 만성체증으로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다. 기호에 따라 꿀을 가미해 즐길 수 있으나 가급적이면 그냥 인삼차 특유의 쌉싸름한 맛에 익숙해지는 것이 약효 면에서 훨씬 낫다. 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인삼가루나 잘게 썬 수삼을 꿀에 재어 복용하곤 했는데 이렇게 하면 인삼의 효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싸고 품질이 뛰어난 인삼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강화장날을 택해 강화도를 찾는 것이 좋다. 인삼은 가게마다 가격이 다르므로 몇 군데 살펴본 뒤 선택하는 것이 좋다. 관광토산품인 화문석과 견직물이 유명한 강화도는 단군성조를 기리는 참성단을 비롯해 전등사· 보문사·정수사·갑곶돈대·광성돈대·초지진·덕진진 등 유적들이 많다. <연호택·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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