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만드는 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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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29면

와인 업계에서 일하는 이 가운데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은 와인을 만드는 와인 메이커다. 포도와 양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기본이고, 나아가 테루아(terroirㆍ와인 재배에 필요한 자연환경)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에다 와인을 진정 사랑하는 이만이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와인 컨설턴트-미셸 롤랑

미셸 롤랑(60ㆍMichel Rollandㆍ사진)은 그 와인 메이킹 실력으로 세계에서 첫손 꼽히는 컨설턴트로 알려져 있다. 1986년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100여 개가 넘는 와이너리(양조장)의 양조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포므롤(Pomerol)에 있는 미셸 롤랑의 연구소에는 6명의 와인 전문가가 500여 개의 프랑스 와이너리를 비롯한 전 세계 와이너리에 대한 샘플 분석 및 양조와 관련된 조언을 하고 있다.

그의 스승 에밀 페노(Emile Peynaudㆍ보르도 대학의 교수이며 현대 와인 양조의 선두주자)는 미셸 롤랑의 와인 메이킹 신념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의 와인 메이킹 철학은 테루아가 가장 잘 표현된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롤랑은 여기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해 롤랑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늦은 수확으로 인해 잘 익은 포도를 선별한 뒤 적절한 블렌딩으로 와인을 제조한다.

롤랑은 프랑스의 포므롤 출신답게 멀로(Merlot)를 가장 잘 만지는 와인 메이커,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 와인을 잘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물론 동갑내기인 최고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 Jr.처럼 가끔 시샘과 질투를 받기도 한다. 아기 다다시가 지난 호에 쓴 것처럼 와인 영화 ‘몬도비노’는 전 세계 와인 시장의 정형화 중심에 그가 서 있다며 간접 비판했다. 이에 발끈한 롤랑은 와인 전문지들과의 인터뷰에서 편파적인 영상 편집으로 자신의 뜻이 잘못 전해졌다고 지적했다. 특정 장면만 되풀이 부각시켜 다른 와인도 그런 식으로 만드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필자도 영화를 보았지만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지난 호에 썼듯이 로버트 파커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 와인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롤랑 스타일의 와인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되겠다.

스타일의 차이는 있지만 미셸 롤랑은 와인 메이커로서 현재 최고봉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그를 먼 발치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한마디로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와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 와인과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열정에 매료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 저녁 셀러에 잘 보관해둔 그의 대표 와인 ‘Chateau Le Bon Pasteur 2001’을 한잔 마셔야겠다. 이준혁(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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