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 꿈’을 향한 진심과 私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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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02면

유별나게 노래 잘하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동영상 캡처 화면이야 인터넷에서 늘 사랑받는 단골메뉴지만, 이번 주에는 특히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몰고 다니는 동영상이 두 편 있었다.

호평과 혹평 사이

하나는 영국 아마추어 가수 폴 포츠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였고, 다른 하나는 ‘사모님’으로 유명해진 개그우먼 김미려의 노래 ‘리슨’ 동영상이었다. 두 영상을 묶어주는 키워드는 ‘가수의 꿈’이라고나 할까. 아직 정식 가수가 되지 못한 두 사람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낄 만한 대단한 노래 실력이었다.

하지만 두 동영상을 둘러싼 스토리의 분위기는 서로 상반됐고, 두 사람의 꿈을 지켜본 네티즌의 시선 역시 엇갈렸다.

먼저 폴 포츠. 영국의 스타발굴쇼 ‘Britain’s Got Talent’ 결승전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우승, 영국 여왕 앞에서 공연하는 영광을 거머쥔 그가 전 세계 블로거의 환호를 받은 건 그저 빼어난 노래 실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볼품없고 초라한 행색에 치열도 고르지 못한 휴대전화 판매원이라는 그가 대중 스타쇼에 나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겠다고 한다. “노래는 하고 싶었지만 자신감이 도통 생기지 않았다”는 그는 냉소적인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심사위원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고, 유명한 독설가 심사위원 사이먼에게서 박수까지 받아낸다.

그런 그가 서바이벌 형식으로 치러진 과정에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면서 인생 스토리를 공개했다. 젊었을 때 오페라 가수를 꿈꿔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지만 잇따른 질병과 수술, 교통사고 때문에 좌절해 꿈을 접고 전화기 판매점 점원으로 살던 그가 인생의 마지막 기회로 삼은 이 쇼에서 엄청난 결과를 일궈낸 것이다. 꿈을 가진 자의 좌절과 절망, 그리고 다시 피어나는 희망의 스토리 라인을 담은 그의 ‘가수의 꿈’에 감동받은 블로거들, 그의 도전 영상 하나하나에 열을 올리며 꿈의 성취에 박수를 보냈다.

한편 개그맨 김미려.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이라는 그가 부른 비욘세의 ‘리슨’은 깜짝 놀랄 만한 실력의 노래였다. 그런데 이 동영상이 퍼짐과 동시에 그가 며칠 뒤 케이블 방송에서 자신의 가수 데뷔 과정을 리얼리티 쇼 ‘미려는 괴로워’로 공개한다는 발표가 났다. 문제는 그 쇼의 오프닝 화면에 얼마 전 같은 방송사의 생방송 쇼에서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타 진행자의 발언에 울면서 화면을 뛰쳐나간 김미려의 모습이 담긴다는 거다. 방송사고였던 당시 사건을 놓고 김미려를 감쌌던 네티즌들, 이 모든 것이 김미려의 리얼리티 쇼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자작극이 아니었느냐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물론 아니라는 변명이 방송사와 김미려로부터 나왔지만 이미 블로거들, 여러 정황상 증거를 들이대면서 김미려의 진심을 믿어주지 않을 태세다.

가수를 꿈꿨던 두 사람. 한쪽은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해 미뤄졌던 꿈을 이루면서 감동의 드라마를 선물했고, 한쪽은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드라마를 선물하겠다는 데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이미 진심을 의심받고 있다. 꿈은 어떻게든 이뤄지지만 감동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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