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이틀 새 2조원 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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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22일 극동건설과 스타리스(옛 한빛여신)를 전격 매각했다. 전날 외환은행 지분 일부를 판 것까지 이틀새 2조원을 챙겼다. 이로써 론스타는 '불법 매각 의혹'으로 법원 판결을 앞둔 외환은행 지분 51%와 일부 소액 자산만 한국에 남겨놓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론스타가 한국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며 "론스타의 한국탈출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론스타는 이날 극동건설 주식 98.14%를 웅진홀딩스에 66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2003년 극동건설을 1700억원에 인수한 론스타는 그간 감자와 배당 등으로 2200억원을 이미 회수했다. 이번 매각으로 론스타는 극동건설에서만 7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셈이다.

<본지 4월 4일자 1면>

론스타는 또 이날 스타리스도 매각, 투자금의 2배 이상을 챙겼다. 효성은 론스타가 2002년 12월 1500억원에 인수한 스타리스 지분 94.9%를 3023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론스타는 지난 21일 외환은행 주식 8770만주(13.6%)를 국내외 투자자 144곳에 분산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1조1927억원에 달한다. 이틀새 론스타가 회수한 돈은 약 2조원에 달한다.

2003년 10월 인수한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2월 초 배당을 통해 3542억원을 받아간 것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모두 1조5469억원을 회수했다. 이는 투자원금(2조1548억원)의 71.8%에 달한다. 론스타는 지분 매각 사실을 발표하면서 나머지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할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51%대 지분의 매각금액이 최소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론스타는 한국 내에 보유한 자산은 외환은행 지분 51%와 일부 부실채권, 소규모 부동산 뿐이다.

◆ 론스타, 한국에서 7조~8조원 번다=론스타는 외환위기 때 한국기업이 부실해진 틈을 타 왕성하게 투자했다. 1998년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입찰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은행, 건설회사 등에 투자했다.

2001년 현대산업개발에서 스타타워빌딩을 6332억원에 사서 이를 2004년 12월 9300억원에 팔았다. 29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인 것이다. 동양증권 사옥과 SKC사옥을 사서 되팔아 350억원가량의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2003년 인수한 극동건설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7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다. 스타리스도 2배 이상의 가격에 되팔았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극동건설.스타리스 3개 회사에 2조5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4~5년 만에 5조3500억~6조3500억원을 이익으로 챙기게 되는 셈이다.

론스타는 또 2000년 대거 사들인 금융사 부실채권에서 1조원이 넘는 차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매각할 경우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7조~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먹튀' 논란 불붙을 듯=론스타는 표면적으로는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먹튀'논란을 의식한듯 "극동건설과 스타리스는 시기가 돼서 파는 것일 뿐 한국 철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한국에서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고 진단했다. 그 근거로 론스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2005년 이후 론스타의 투자 실적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을 꼽았다.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을 앞둔 가운데 금융 감독당국이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정밀 심사에 들어간 것도 론스타를 압박하고 있다. 심사 결과 론스타가 비적격 대주주로 판정될 경우 외환은행 지분 51% 가운데 10%를 넘는 부분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

김창규.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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