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무형문화재 지정 받은 소반장 이인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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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문화부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99호로 새로 지정한 이인세씨(64)는 작은 밥상 만들기에 50년의 세월을 바쳐온 소 반장이다. 칼·대패 등의 공구로 나무를 깎고 다듬어온 그의 손은 거칠기 짝이 없지만 그의 손길을 거친 소반은 감히 밥상으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매끄럽기만 하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소감 대신 『배운 기술이라곤 이것 뿐』이라며 짧게 대답하는 그의 말끝엔 소반에 대한 그의 애착과 집념의 무게가 묵직한 여운으로 실려있다.
비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한참 올라가야 찾을 수 있는 그의 살림집 겸 작업공장(춘보공방·서울상계4동)은 작고 허름한 곳.
하지만 이씨는 여러 공구와 다듬어 놓은 나무판이 널린 2평 남짓한 작업실을 활짝 열어 보이며 『이만한 공간이면 2∼3명이 일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며 웃는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소반은 압구정동 인간문화재 전시장이나 경북궁내 전승 공예관에서 평균 50만∼1백만원, 비싼 것은 4백만∼5백 만원에 팔린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70년 서울로 오기 전까지 줄 곧 안성에서 살아온 이씨는 소반을 만들던 아버지 이원노씨의 손놀림을 일찍이 어깨 너머로 배우고 일을 거들면서 소반 제작의 길에 들어섰다.
또 19∼20세에 동양화의 대가로 꼽히는 이당 김은호 선생으로부터 잠시나마 그림을 배운 그는 궁색한 살림에도 솜씨를 귀하게 여기는 정신까지 배웠다.
소반은 남녀 유별과 장유유서를 중시하던 유교적 생활문화의 소산으로 한 사람이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 반면의 형태에 따라 8각·12각·장방·4방·원형 등이 있고 다리모양에 따라 구족반(개다리소반)·호족반·죽절반·단각반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지방마다 조금씩 틀려 해주반·통영반·나주반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씨가 만드는 소반은 어느 한가지 종류에 치우치지 않고 매우 다양한 모양을 가진 것이 특징. 이에 대해 『반면·다리뿐만 아니라 장식문양·옻칠의 정도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는 소반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며 이씨는 기존양식을 참고해 새로운 모양의 소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일이 어려워지고 옛 어른들의 솜씨에 대해 더욱 감탄을 하게된다』고 덧붙였다.
구상한 대로 판을 마르고 다리·운각·족대를 만들고 옻칠을 하는 제작 과정에서 이씨가 제일 중시하는 것은 「정성스럽고 꼼꼼한」 손길.
『적당주의로 일을 하면 작품은 거칠어지게 마련」이라고 말하는 이는 남들이 3∼4개만들 때 1개도 만들지 못하지만 전승공예 대전에 11회나 입상했다.
부인 진영무(63))와의 사이에 난 3남1녀 중 장남(종석·38)과 차남(종덕·32)이 자신의 일을 잇게 돼 내심 마음이 놓인다는 이씨는 죽는 날까지 배우다 가려는 욕심밖에 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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