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못말리는 소·심·증 특급 처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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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두 책 모두 소심한 사람들을 유리그릇 다루듯 한다. "빨리 소심함에서 벗어나라"며 재촉하기에 앞서 "괜찮아, 괜찮아"라며 어르고 추켜세운다. 그런 면에서 참 '소심한' 책이다.

일단 그 달콤한 격려부터 들어보자. 소심한 사람이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단다. 근거는 이렇다. 소심한 사람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성취욕 때문이다. 남보다 우월하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욕심. 그래서 그 욕구가 긍정적으로 표출돼 열정이 되면 성공에 한층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면 일리가 있지만 사실 이런 위로는 인사말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경우 소심함은 삶의 걸림돌이자 한계가 된다. 문제 하나에 매달려 끙끙대는 소심쟁이들은 자신의 삶을 향유하기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데서 오는 좌절과 불안감이 사람을 부정적인 상태에 빠뜨린다. 게다가 그 불쾌감은 다른 사람들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전염성도 있다.

두 책은 소심증 극복 방법을 다양하게 내놓는다. 우선 "지금의 나를 자랑스러워하라"가 공통된 해법이다. 소심쟁이들은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면서도 충분히 잘해내지 못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더 잘할 수도 있을 텐데' '이런 실수는 두 번 다시 저지르면 안돼' 등 자기가 한 일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평가하면서 항상 불만스러운 점수를 매긴다. 기운 빠지는 일이다. '세상의 …'의 저자인 심리상담사 로제마리 디프카는 "이는 100점 만점 시험에서 130점을 맞겠다는 것과 같다"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겸손해하지 말고 강점을 자랑스러워하라"고 말한다.

"행동하라"는 당부도 놓칠 수 없다. 걱정만 하는 대신 행동을 한다면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기술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태도가 당신을 약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소심함을 극복하는 소소한 행동전략에도 귀 기울일 만하다. 소심한 사람들은 사람 만나기도 겁낸다. 모임에 나가 혼자 외톨이가 될까도 걱정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심한…'의 제안에 따르면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화젯거리가 있다. 건강문제와 최신 과학 소식, 운동 경기 결과, 영화나 책 이야기 등이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끝내는 방법도 소심쟁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다. "음식을 좀 더 가져와야겠어요"라며 음식 부족을 핑계 대고 일어서든지, 시계를 흘끗 본 뒤 "직장 상사에게 전화해야겠네요"라고 말하면 자연스럽단다.

소심한 사람들이야 귀도 얇게 마련이니, 이런 충고들이 꽤 위력이 있을 듯하다. 두 책을 굳이 구분하자면 '세상의 …'는 마음 다스리는 비법에, '소심한 …'은 실제 생활에서의 행동요령에 더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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