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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불 붙은 주식시장 어디서 멈추나?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 요즘 직장인들은 셋만 모이면 주식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다. 주가 상승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럴 때 개인투자자들은 언제, 어떤 종목을 사야 건국 이래 처음이라는 증시 신천지에서 대어를 낚을 수 있을까?

“코스피지수가 2009년 3,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입니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는 세계 증시에 비해 주가이익비율(PER)이 낮고, 중국 증시의 영향이 제한적이며, 앞으로 국내외 경제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신 센터장은 지난 6월4일자로 낸 ‘2009년에 주가지수 3,000 기대’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아 주식투자자들을 한껏 들뜨게 한 인물. 그는 최근 주가 급상승이 앞으로 지속적인 지수 상승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 주가는 낮아진 금리를 반영하지 못한 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시중 자금이 앞으로 지수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신 센터장은 “올해 우리나라 증시의 예상이익 기준 주가이익비율(PER)인 12배는 글로벌 증시의 주가이익비율 18배에 밑도는 만큼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와 함께 2010년까지 세계경제 잠재성장률이 4.7~4.9%(IMF 추산)이고, 한국도 4.7%의 잠재성장률이 예상되는 등 글로벌 경제가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의 이익 역시 증가해 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관측했다.

최근 갈수록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중국 증시에 관해서는 “중국은 10%대의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고, 중국 주식의 시가총액이 미국의 8.7%에 불과해 중국 주가는 그다지 국제시장에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신 센터장은 “아직 국내 증시는 저금리에 대한 효과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크다”며 “코스피지수가 앞으로 3년간 현재보다 23% 가량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더 오른다” 갖가지 근거 등장

‘네 자릿수 지수’ 만으로도 감지덕지한 판에 3년 안에 3,000포인트라니, 주식 투자를 조금 오래 한 투자자들이라면 이 숫자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과거 종합주가지수는 ‘마의 고지’라고 불리던 1,000선을 넘기만 하면 얼마 못 가 금세 꼬꾸라지기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최초로 1,000선을 넘긴 것은 1989년 4월 초였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1,007.77까지 올라섰다. 언론과 증권사들은 일제히 “신천지가 열렸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지수는 이틀도 버티지 못하고 곧장 1,000선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그 뒤에도 종합주가지수는 꾸준히 1,000포인트대 탈환을 시도했다. 실제로 1994년 11월과 1999년 7월, 12월에는 잠시나마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세 차례 모두 얼마 못 가 900선대로 주저앉았다.

‘세 자리 숫자’로 20세기를 마감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2005년 다시 한번 1,000선 돌파를 시도했다. 2005년 2월, 코스피지수로 이름을 바꾼 종합주가지수는 마침내 1,000선 돌파에 성공한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얼마나 가겠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코스피지수는 1주일이 넘도록 1,000포인트 고지를 지켜냈다. 시장에서는 조심스럽게 “이번에는 진짜”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허망함으로 변했다. 코스피는 2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900대로 미끄러졌다.

시장의 패배감이 절정에 달할 무렵, 코스피는 다시 한번 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2006년 6월 들어 야금 야금 1,000포인트 고지를 향해 전진하던 코스피지수는 상반기 증시의 마지막 거래일인 6월30일 거짓말처럼 1,000포인트 선을 뚫었다. 그 뒤 1년이 흘렀지만 코스피지수는 아직 한 차례도 1,0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코스피지수가 1,500선에 머물러 있던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올해 안에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할 수 있으리라는 과감한 예상을 내놓는 증권사는 없었다. 오히려 주가가 오를 때마다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조정 혹은 과열을 부르짖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스피지수는 꾸준히 상승해 1,700선 위에 안착했다. 일말의 불안감마저 가시자 증권사들의 시각은 바뀔 수밖에 없게 됐다. 주식시장의 전망은 온통 낙관론 일색으로 바뀌었고 “더 오른다”는 갖가지 근거가 등장했다.

증권사들이 주장하는 추가 상승의 근거는 이렇다. 우선 지금처럼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단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증시의 재평가 과정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경기 바닥론이 힘을 얻으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금리 수준은 여전히 낮다.

따라서 낮은 금리 수준에서는 기대수익률을 낮출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지금의 주가는 여전히 싸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말이다. 금리가 낮은 선진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 이상으로 높았지만, 금리 수준이 높은 이머징마켓의 주가수익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데서도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증시가 이제 선진국형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아울러 이제까지 우리나라 주가가 선진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던 이유 중 하나인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점점 퇴색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개미들은 별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

두 번째 이유로는 시중에 떠도는 400조 원대의 유동성 자금이 증시 외에는 적절한 투자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동안 부동산에 몰렸던 자금은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과 세금 부과, 부동산 거품론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부동산시장에 머물러 있기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부동자금은 증시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튼튼한 매수 기반으로 작용해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들어 주가가 꾸준히 올랐음에도 시장에서는 주식을 팔고 나가는 개인투자자보다 주식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도 지난해 말 40% 내외였으나 점차 증가해 최근에는 거의 60%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소위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과거와 달리 ‘외국인 따라하기’를 자제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6월 들어 한국 주식을 꾸준히 팔아치우며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지만, 개미들은 별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심지어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의 주도권은 이미 기관과 개인에게 넘어갔다”고 말하는 투자분석가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호재가 널렸다는 점이 거론된다. 국외적 여건이 증시에 유리하다는 말이다. 경기회복론에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내놓을 성장 위주, 기업친화 성향 경제정책의 기대감도 주가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는 중국발 쇼크나 미국의 기습적 금리 인상 등 웬만한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우리나라 증시의 체력도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좋은 배경이 되고 있다.

이처럼 증시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더구나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물론, 최근에는 외국계 증권사들도 앞다퉈 코스피지수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성급한 몇몇 증권사는 당장 올해 안에 지수 2,000포인트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장밋빛 보고서를 내놓는 실정이다.

예컨대 현대증권은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목표치를 2,000포인트에 살짝 못 미치는 1,980포인트로 제시했다. 삼성증권도 지수가 연내 1,95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굿모닝신한증권도 하반기 목표치를 이전의 1,720에서 1,900으로 상향조정했다.

다소 보수적 입장인 증권사들도 최소한 지금보다 100포인트 정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은 하반기 지수의 목표치를 1,780에서 1,850으로 올렸고, 외국계 증권회사인 UBS증권도 연말 목표치를 1,650에서 1,850으로 변경했다.

심지어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관해 비판적 입장을 버리지 않았던 대투증권도 올해 목표치를 최대 1,790으로 제시했고, 대우증권과 한국증권도 목표지수를 1,800선으로 밝힌 실정이다. 숫자는 조금씩 달라도 ‘추가 상승’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증권사가 만장일치를 이룬 셈이다.

대우증권은 한국 증시가 ‘저위험 고수익’시장으로 체질 개선을 하면서 재평가 2막을 열어젖혔다고 밝혔다. 글로벌 성장축 다극화로 인한 안정 성장과 저금리ㆍ저물가 환경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가운데 선진국 증시로 발돋움하는 한국 증시만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구산업에서 신산업으로”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세계 경제지도에서 미국에서 중국으로, 상품과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가치에서 성장으로, 구산업에서 신산업으로 힘의 균형추가 이동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한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의 장점과 이머징마켓 증시의 장점 두 가지가 적절히 융합된 주식시장으로서의 시너지가 뚜렷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현대증권 부장 역시 “2분기(4~6월) 들어 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동반상승하는 것은 저금리 구도 지속에 따른 주식 재평가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도 저금리에 기반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확장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예상처럼 지수가 연말에 2,000이 된다면 우리나라 증시는 2006년 말의 지수였던 1,379에 비해 45%가 오른 셈이 된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 상승률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과거의 예로 되짚어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 증시가 1년 동안 40% 이상 상승했던 적은 여덟 번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수가 아무리 올라도 내 주식이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속만 쓰릴 뿐이다. 주가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길인 2,000고지를 향해 내달리는 이때, 하반기 개인들이 참고해야 할 주요 업종과 테마는 무엇일까?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는 우선 조선이 꼽힌다. 대우증권은 조선업의 경우 3년6개월 이상 견딜 만한 수주잔고를 확보했고, 해운선사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선주들의 선(先) 발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로화 강세와 해운업 호황 등 주요 변수들도 안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도 선가 상승과 국내 업체의 수주 증가 추세가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 조선을 추천했다.

자본시장통합법과 인수합병(M&A) 등의 이유로 증권업종도 하반기에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증권은 지수 상승과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업종의 이익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우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역시 수익다각화가 진행되고 있고 성장 가능성 등 차별적 요소가 부각돼 증권업의 주가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라 내수 관련 업종을 추천한 증권사도 많았다. 삼성증권과 SK증권은 산업활동이 향상되고 내수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커 이들 업종이 하반기에 유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강과 기계 관련 업종도 주목할 만한 대상으로 꼽혔다. 철강의 경우 하반기 가격 하락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안정적 이익은 계속되리라는 것이 주요 추천 이유다.

기계 역시 중동 및 개발도상국가의 공장 설비 확장이 지속되고 조선업종 등이 살아남에 따라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기업가치와 이익 상승 여지가 충분한 비철금속업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상반기 동안 상승을 주도했던 건설업종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업체의 경우 해외 수주나 국내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활발하고 건설경기 회복과 국가의 관련 사업 재정 확대도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추천 이유다.

이 외에도 상반기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정보기술(IT)부품주는 하반기 이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고령화나 웰빙 등의 이유로 제약업종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의 깊게 지켜볼 테마로는 단연 M&A가 꼽혔다. 특히 M&A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테마로, 국내에서도 업종에 상관없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이 증권사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환경 테마 주목… 기계ㆍ조선은 차익 실현 고민해야”

태양광발전ㆍ태양전지ㆍ풍력ㆍ탄소배출권ㆍ바이오디젤 등 환경 관련 테마도 주목할 만하다. 환경 테마는 지구온난화나 자원 고갈, 고유가 등의 문제가 대두하면서 앞으로 꾸준하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를 반영하듯 관련 펀드도 꾸준히 설정돼 투자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른 관련주도 유망 테마로 추천했다. 특히 증권사들의 지급 결제 확대와 대형 투자은행 탄생은 이들 주가에 상당한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사주 매입 및 연기금 등 수급으로 강세를 보일 업종 대표주나 미국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해외 수출길이 확대될 우량 자동차부품주, 기업체의 헤지 물량 등으로 환율 변동 가능성이 상존해 환율 관련주 등도 유망 테마로 꼽혔다.

이 외에도 에너지 확보전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자원개발주, 국제 상품가격 강세가 예상되는 상품 관련주, 윈도 비스타 탑재가 본격화하면서 D램 수요 증가도 예상돼 관련 업종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무리 좋은 종목을 골랐어도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타이밍. 지금처럼 주가가 상승 일변도일 때 투자자들은 매수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에 관해 증권 전문가들은 ”6월 말과 7월 초를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6월 말과 7월 초는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이자 하반기 전망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그동안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한 점에 많은 투자자가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만큼 한두 차례 정도 주춤하는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6월과 7월은 단기 급등에 따른 우려와 하반기 기업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잠시 주가 조정으로 가격 부담이 완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다시 상승하는 모양새가 그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구체화하는 것은 호재로 파악하면서도 코스피지수가 석 달 이상 연속 상승한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승 속도에 대한 투자자의 고민이 자율 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 왔다”며 “거품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국 증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증시 상황에 대해서는 “기업의 이익 전망 하향 추세가 대체로 마무리됐고 수급 여건도 개선되고 있어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과 대신증권도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기술적 부담을 주요 악재로 꼽았지만 전체적 지수 흐름은 1,600~1,720선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기계ㆍ조선주는 차익 실현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오현석 파트장은 “가격이 많이 오른 조선ㆍ기계는 단기 과열권에 있는 만큼 부분적 차익 실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상일 연구원도 “기존 주도주는 가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관심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도주에 대한 차익 실현 권고가 잇따르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을 감안해 내수 및 금융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산업재, 업황 바닥권이 확인되고 있는 IT 대형주가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선진국형 금융업 주목할 필요”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베이징올림픽 전까지 중국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 중 단기적으로 실적 흐름이 양호한 화학업종이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또 “증시 활황으로 인한 거래대금 증가의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기계ㆍ조선 등 상반기 급등 종목에 대한 지속적 관심은 필요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울 경우 IT 대형주와 유통ㆍ음식료업종에서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투자전략가는 “IT 대형주들은 실적 바닥권 확인이 필요해 분할매수 전략이 유용해 보인다”며 “LCD 관련주에서 반도체로 매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에 유통ㆍ음식료업종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산업재, 경기관련 소비재, 헬스케어, IT 등을 6월의 유망업종으로 선정했다. 오태동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가는 산업재에서는 현대건설을, 경기 관련 소비재에서는 제일기획ㆍ현대차ㆍ현대백화점을 최선호 종목으로 꼽고 패널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한솔LCD도 추천했다.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가격 부담이 있지만 중장기 측면에서 지수가 조정받을 때마다 편입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올 여름 호재를 감안하면 단기 재료보다 산업 사이클 등을 감안해 중장기 투자의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CJ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경기 회복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주식 수요가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호황이 예상되는 업종 내에서 시장지배력이 높거나 선진국형 경제 구조로 가는 길목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국내 증시가 단기에 급등했다는 부담 때문에 짧은 기간 조정을 거치겠지만 장기 상승 추세가 꺾일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우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잦은 매매보다 중장기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조정 때마다 느긋하게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조정론에 무게를 두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증시에 부정적 요인이 잠복해 있어 당분간 1800대 진입을 위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ㆍ외 증시 환경은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지만 언제나 생각지 못한 악재가 발생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하반기 증시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미국ㆍ중국의 인플레 우려, 중국 추가 긴축이나 중국 증시 급락, 콜금리 등 금리 인상, 미국 주택경기 침체 등을 꼽았다.

우선 우리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됐던 풍부한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 저금리 추세가 끝나간다는 점과도 맥을 같이한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3.75%에서 4.0%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일본도 다음달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인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지만 긴축 우려가 말끔하게 제거되는 데는 시일이 필요하다”며 “그 기간 동안 주식시장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상승세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 조절 필요하다” 경고음도

올 들어 강한 순매수세로 개인과 함께 상승장을 이끌던 외국인들도 최근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5∼13일 6거래일 동안 1조5,682억 원이나 순매도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3조1,977억 원을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대열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증시가 불안하고 가격 부담이 지속되는 점에 비춰 외국인들이 당분간 매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기업 실적의 호전세가 미미하다거나,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등의 잠재적 악재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많은 전문가는 만일 주가가 조정을 만나거나 하락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증시의 버블 논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꼽는다. 특히 중국 정부가 추가 긴축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승 탄력이 둔화한 미 증시에 이어 중국 증시도 대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치와 예상치를 크게 웃돈 3.4%로, 27개월 이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인민은행이 올해 2∼3차례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중국 증시가 현 수준에서 큰 폭으로 추락한다면 우리 증시에도 충격으로 작용할 잠재적 위험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1,700포인트 돌파 이후 코스피지수는 잠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증시 상승 속도에 경고음을 높여온 신영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고점을 1790포인트와 1750포인트로 제시했다. 대세상승임에도 악재를 외면하고 호재에만 반응하는 과열 조짐이 뚜렷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의 장기 상승 배경은 충분하지만 최근 조정 없는 상승세에서는 비이성적 과열의 기미가 느껴진다”면서 “단기 급등의 부작용을 비롯해 중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 등 글로벌 시장의 돌발 악재 등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국내 주식시장의 장기 상승 추세에도 유동성 장세가 불붙은 시점에서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차분하게 매수 기회를 엿보는 전략을 주문했다.

선진국 금리 인상 등 하반기 조정 변수 유념해야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도 “지속 상승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저점은 160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반기 증시 조정 변수는 중국의 긴축정책 강도가 거세지거나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부동산 위축과 중국의 지속적 긴축정책 우려가 하반기 증시를 압박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에서는 기업 이익 증가세 둔화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등이 증시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중국 CPI 상승률이 인민은행의 올해 목표치 3.0%를 넘어섰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중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은 우리 증시에 잠복한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투자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조언한다. 전체 투자자금을 한꺼번에 쏟아붓기보다 여윳돈을 시기별로 분산투자하는 정공법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기일수록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위험 분산을 위해 투자 금액을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투자금액의 일부를 현재 주도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하반기에 주목받을 주식에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낙관론이 다수라고 해서 주가가 반드시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소수의 비관론이 결국 들어맞았던 예는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질주하는 열차에 올라탈 것인지, 다음 기차를 기다릴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정일환_월간중앙 기자 [wh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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