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대변인들 금권·관권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탈법사실 밝히는게 탄압인가” 민자/“편파수사가 관권시비 불렀다” 민주/“법집행 불공평한게 바로 위법” 국민/동정표나 바라는 것은 시대착오 민자/명백한 증거있는데 수사 왜않나 민주/누가 돈 더쓰는지 유권자가 알 것 국민
민자·민주·국민 3당간 현대그룹사태와 관련,금권·관권선거운동 시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희태 민자·홍사덕 민주·변정일 국민당대변인이 7일 오후 중앙일보사에서 좌담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공방전을 벌였다.
▲홍사덕대변인=금권선거운동 시비와 관련,현재 국민당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금권선거를 두둔해서가 아니라 돈은 민자당이 더 쓰는데 왜 하필 국민당만 건드리느냐는 인식을 우리나 국민당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희태대변인=현재 가장 큰 문제가 금권선거운동이며 그것을 누가 하고 있느냐는 국민들이 다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 심하고 않고는 굳이 우리가 말할 필요가 없어요. 법집행을 당할때 『왜 상대방은 조사않고 나만 하느냐』는 자세는 어린애같은 얘기입니다. 알다시피 법집행은 선후·경중을 가려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변정일대변인=법집행의 공정성이야말로 법의 기본입니다. 집행이 공정하지 못하면 그 자체가 위법 아닙니까. 동시에 위법이 저질러지고 있을때 어느 한쪽만 수사하고 다른 쪽은 방관하는 것은 큰 문제죠.
국민당 일부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나 법집행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컨대 국민당의 고발자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추궁하면서 피고발인은 조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4백만개씩이나 만들었다는 이른바 03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수사를 않고 회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금권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관권개입이 대단히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고 봅니다.
▲박=도대체 4백만개를 만들었다니 말이나 됩니까.
▲홍=실제 몇개나 만들었습니까.
▲박=시계는 우리당 중앙정치교육원에서 달마다 당원교육을 시키고난뒤 총재의 기념품으로 주는 것이었습니다. 월 1천명씩 교육시켰으니 따져보세요. 지난 5월까지는 노태우 전 총재 명의의 시계를 주었으나 김영삼후보의 총재취임후부터는 자연스레 03시계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해서는 지급을 중지했고 선거운동기간중 사조직은 모르지만 중앙당 이름으로 나간 것은 없습니다.
▲변=얼마전까지만 해도 선심용시계 제보가 민주당으로만 몰렸으나 요즘은 국민당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시계뿐 아닙니다. 민자당이 음반협회 등 각종협회 회원들을 초청,최하 5만원씩 나눠주고 민주산악회 등이 단합명목으로 회원 등을 계룡산 등 유명관광지에 관광시키고 있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겁니다.
▲홍=국민당은 2백만명 당원화를 목표(목표 9백만,현재 당원 7백만명이라고 유세에서 주장)로 삼고 있고 민자당은 8백만명(목표 8백50만명)이 목표입니다. 또 국민당은 자기돈을 쓰는 현대그룹을 외곽조직으로 삼고 있으나 민자당의 나사본·민주산악회 회원들이 어디 제돈으로 활동비용을 충당합니까. 민자당이 돈쓰는 규모가 대단할겁니다. 그렇다고 국민당이 기업자금을 전혀 안썼다는 것 역시 억지입니다.
▲박=정치자금에 관한 한 피차 공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겁니다. 어디 민주당만 떳떳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문제는 현대그룹의 막대한 자금이 국민당 선거자금으로 유용된 것에 있습니다. 정주영후보가 『현대 돈 한푼도 쓴일 없다』고 했으나 국민은 믿지 않아요. 현대중공업에서 5백50억원의 비자금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정 후보에게 1백억원을 건네주었다는 장병수전무의 메모도 나왔구요.
▲변=현중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는 하지만 그 돈이 국민당에 유입된 증거가 단 하나라도 있습니까. 장 전무의 메모는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정 후보가 현대의 가장 큰 주주인만큼 정 후보와 현중의 개인적 거래일 수 있습니다. 또 정 후보의 주식매각대금일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박=그런 설명은 말도 안돼요. 경리사원이 양심선언까지 했는데 아무리 중립내각이라도 이를 방치할 수 있겠어요. 한준수 전 연기군수 양심선언때 수사가 얼마나 엄정했습니까. 한 전군수의 관권개입폭로가 계기가 되어 중립내각이 생기고 선거에 있어서 관권의 고리가 차단됐듯 이번 정윤옥씨의 폭로로 금권고리도 끊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금권선거를 밝히려고 하면 탄압이다,편파수사다 하면서 정치공세를 취하는데 답답합니다.
▲변=양심선언만 해도 새벽 1시반에 경찰과 보도진이 다수 미리 대기하고 있었어요. 경리직원 아가씨의 진술내용을 보더라도 오랜기간 공작에 의해 의도적으로 자료를 수집해온 흔적이 있습니다.
▲박=문제는 현대의 기업자금 불법유출여부이지 수사당국이 국민당을 수사하는 것은 아니지요. 국민당은 현대와 남남이라면서 현대수사하는 것을 국민당 탄압이라고 외치는 것은 모순아닙니까.
▲변=정 후보의 재산 3조원은 대부분 현대그룹의 주식입니다. 정부가 현대를 탄압하는 것은 바로 대주주인 정 후보를 탄압하는 것입니다.
▲박=정 후보는 정경분리를 한다면서 현대와 관계를 끊고 갖고 있는 주식도 절대로 안쓰겠다고 공증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변=관계를 끊는다고 주식까지 포기한건 아닙니다.
▲박=그렇다면 애초부터 현대돈을 갖다 쓴다고 했으면 아무일 없었을 것 아닙니까.
▲홍=다시한번 말하지만 금권선거수사가 편파적일 때는 그것이 바로 관권개입이 됩니다. 김복동의원 납치때도 그런 징후가 약간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노 대통령의 중립성이 부지불식간에 깨질 것같이 느껴져요.
▲박=대통령의 처남매부간에 일어난 일을 납치라니…. 그건 그렇고 김대중후보가 얘기한 중립정부에 대한 중대결심이란건 도대체 어떤 겁니까.
▲홍=중립성이 깨지고 예전과 같은 관권선거로 돌아가면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으로 우리는 감지하고 있습니다.
▲박=국민적 저항이란 대규모 과격시위를 하겠다는 겁니까.
▲홍=민자당의 몰패를 뜻하는 것이겠지요. 어쨌든 오늘 우리당 최고위원 5명의 방문을 받고 현승종총리가 고맙게도 현대임직원 미행금지 지시를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내무장관·검찰총장에게도 형평성이 깨지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겠다니 다행입니다.
▲박=민주당이 중립내각 초기에는 그렇게 좋아서 웃었고 금권선거에 대해서도 한동안 아무 얘기를 않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벌컥 화를 내는 이유는 뭡니까. 느닷없이 중립성에 의심이 간다고 국민당편을 들고 있습니다.
▲홍=단 한번이라도 03시계수사를 공평히 했다면 우리도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계 몇천개를 찾아 알려줘도 40시간이 지나 수사하는가 하면 사흘이 지나 내사를 하겠다고 해 증거를 없앨 시간을 주니,어디 특정후보를 당선시키려 하는구나 의심치 않을 수 있겠습니까.
▲변=정 후보가 현대와 손끊겠다고 한 것은 현대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재산권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홍=어쨌든 현 총리가 중립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니 민자당의 선거관련 구속자도 양산되리라 봅니다.
▲박=국민당이 현대수사를 정 후보 탄압이라고 하는데 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아마 수사당국의 현대수사가 있을 경우 대통령에 대한 탄압이라고 할게 분명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성역재벌」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변=가랑잎이 솔잎보고 바스락거린다고 과연 누가 더 돈쓰는지는 국민들이 더 잘 알겠지요.
▲박=과거 독재정권때의 탄압받는 야당상을 부각해 동정표를 받아보려는 시대착오적 방법은 안통할 겁니다. 국민들은 오히려 그런 방법에 식상해할 겁니다.
▲변=중립내각이 불공정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법집행 자체에는 순응하겠고 처벌받을 것은 처벌받을 것입니다. 우리도 더이상 파국을 원치 않습니다.
▲홍=정주영후보가 선거막바지에 사재 3조원을 쓰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사실상 표를 사겠다는 의도 아니겠습니까. 그런 깜짝쇼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와야 국민당이 금권선거와 무관하다고 말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변=재산의 사회환원은 국민당 창당때부터 나온 얘기로 표와는 관계없는 국민들에 대한 약속입니다. 정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밝혔듯 선거직전에 폭탄 발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대중후보가 농어촌부채를 탕감하겠다는 것은 나랏돈을 써서 표를 사겠다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정리=최훈·이상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