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근로자 '행복 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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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KT IT서포터스의 도움을 받아 스리랑카 국어인 신할리어로 e-메일을 작성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고국에서도 우리 말로는 e-메일을 보내지 못했는데…. 너무 좋아요."

21일 오후 광주시 월계동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2년 전 스리랑카에서 온 캐롬 니산드(28)는 탄성을 질렀다.

KT가 소외계층의 정보기술(IT) 활용 능력 개발을 돕기 위해 결성한 'IT 서포터스'의 솜씨에 반했기 때문이다. KT 전남본부는 최근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에 컴퓨터 2대와 LCD(액정화면) 모니터를 기증하고 IT서포터스 광주팀 5명을 보내 스리랑카인 15명에게 인터넷 활용교육을 하고 있다. 새 컴퓨터엔 스리랑카의 국어인 신할리어의 가상 키보드 프로그램을 담았다. 이 프로그램은 IT 서포터스 광주팀원들이 자바 스크립트를 이용해 개발한 것이다.

기존엔 신할리어 입력 시스템이 없어 스리랑카에서도 영어로 e-메일을 해야 했다. IT 서포터스 광주팀은 월 평균 300명이 찾는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의 외국인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이 스리랑카인이라는 말을 듣고 가상 키보드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 IT서포터스인 신진화씨는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일상 언어로 e-메일을 보내면서 한국 IT문화를 체험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근로자들의 도움을 받아 개발팀은 보름 만에 생소한 신할리어를 컴퓨터 모니터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매일 e-메일을 보낸다는 아밋 수산타(29)는"우리 말로 된 프로그램을 설치해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더 정확하고 상세하게 한국 생활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영권 KT 전남본부장은 "앞으로 외국인 이주 여성 등 정보 소외계층에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쳐 IT 지식 기부라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일구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월 말 400명 규모로 출범한 KT의 IT 서포터스는 6월엔 전국 62곳의 방과 후 공부방, 농어촌 정보화 마을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

한편 KT는 이날 한국기업지배구조지원센터가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6년 연속 최우수 기업에 선정돼 KT&G와 함께 '명예 기업'에 헌정됐다. KT는 올해 이사회 부문 최우수 기업으로도 뽑혔다. 기업지배구조센터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권리보호, 이사회 구성 및 운영, 공시, 감사기구, 경영과실 배분 등 5개 영역을 평가해 우수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김원배.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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