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어가는 지역감정 상처/이상일 특별취재반(대선교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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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민자당후보는 3,4일 광주·전남 유세를 무사히,그리고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민자당에 따르면 성공적이라는 것은 이날 유세가 득표력과는 별개로 일단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데 대한 평가다. 김 후보도 『청중들이 연설을 심각하게 듣더라. 참 잘된 것 같다』고 흡족해 하면서 지난 87년 13대대선 때의 광주유세를 회상,격세지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김 후보는 당시 광주역앞 유세에서 연단에 오른지 2분만에 돌세례를 피해 연설을 중단하고 그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 유세는 후보나 청중 모두 한층 성숙된 면모를 보여줬다. 우선 김 후보는 과거와 같은 자극적 발언은 삼간채 오히려 광주·전남지역과의 인연을 소개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담담한 어조로 정견을 밝혔다. 유세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 역시 돌세례는 커녕 야유·비방 등 어떤 적대감도 나타내지 않고 김 후보의 연설을 경청했다. 이들은 김 후보가 『「높고 낮은 등급이 없다」는 저 무등산은 지역간 격차나 지역감정을 단호히 거부하라고 명령한다. 또한 전라도 푸대접이란 말이 없어지도록 명령한다』고 역설할때 많은 박수로 호응했다.
한 시민은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감정 표출이 없는데 이곳에서 불상사가 일어날 것 같으냐. 호남사람은 사실 지역감정의 큰 피해자인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처럼 비춰지기도 해 이곳에선 이번 선거를 통해 진면목을 보여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민자당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성공적 유세에도 불구,김 후보가 당장 이곳에서 약진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는다. 이 지역의 정치적 성향은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광주·전남이 달라지긴 달라졌다』고 반가워한다.
양김대결이 지역전쟁을 부를 것이란 일부의 우려가 기우였음이 현재 각 유세장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다. 물론 지역감정은 엄연히 존재하고,이것이 이번 선거에 투영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동안 굴절된 역사를 통해 깊이 파일대로 파인 지역감정의 골을 단번에 메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단계에서는 이것의 확산과 지역패권주의화를 막는게 시급하다. 양김은 물론 다른 후보들이 남은 선거운동기간 잘만 해준다면 지역감정의 상처는 한결 아물어들 것이라고 기대해본다.<광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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