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세계 2위(서울하늘 이대로 좋은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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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도심에 공해공장… 뻔한 결과/무질서한 도시계획… 「구로」 등 대형 오염원/자동차 매연·굴뚝연기·공사장 먼지 “공범”
온몸을 스멀스멀 파고드는듯 불쾌감을 안겨주는 늘 뿌옇게 흐려있는 서울 하늘­.
새벽녘이면 대기중 오염물질이 가라앉아 있어 건강을 위한 조깅이 오히려 건강을 헤친다는 경고가 피부로 느껴지는 도시다.
인구 1천만명 규모의 세계 20개 도시중 서울이 멕시코시티에 이어 북경·카이로·카라치 등과 함께 두번째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근거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적어도 발표된 수치로는 서울의 대기오염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일단 환경처가 밝힌 수치로 보더라도 아황산가스·먼지는 WHO가 권고하고 있는 기준치를 두배가량 웃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의 아황산가스 오염도는 80년 연평균 0.094PPM에서 지난해에는 0.043PPM으로 엄청나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WHO의 연간 권고기준치인 0.015∼0.023PPM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먼지 오염도 국내에서 측정이 시작된 84년 입방m당 2백10㎍에서 지난해 1백21㎍으로 개선됐으나 WHO 기준치인 60∼90㎍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렇다면 서울의 대기오염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거대도시중 공기가 나쁜 두번째 그룹에 속하게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60∼70년대 추진된 경제개발 최우선 원칙이 환경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낸 결과라고 진단한다.
당장 먹고 살 일이 급하기는 했지만 오염정도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환경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환경기준치라는 것 자체가 79년에 처음으로 아황산가스 한 항목에 대해 설정됐다. 먼지·일산화탄소·탄화수소·오존 등은 83년에 기준치가 설정됐고,대기중 중금속오염 정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납에 대한 환경기준이 지난해 2월에야 만들어졌다는 사실만 봐도 그동안 얼마나 환경에 대해 무심했는가를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서울이 거대도시치고는 철저한 무계획 도시라는 점이다.
인구의 집중에 따라 공장이전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면적만 늘려나간 결과 도심 한복판에 구로공단과 같은 대형 오염원이 존재하고 문래동·성수동 등에도 공장이 밀집해 있는 기형도시가 돼버린 것이다.
그 결과 전국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2만4천4백30개 업소중 5.6%인 1천3백72개가 서울에 있으며,환경처가 산정한 90년도 연간 오염물질 배출량도 전체 5백17만t중 서울이 19.5%인 1백1만t으로 나타날 정도다.
우리나라의 연료구조도 공기를 나쁘게 하는 주범이다.
점차 청정연료 사용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서민들의 난방연료의 주종은 연탄이고 대형건물도 값싼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
특히 아황산가스는 이들 연료에 의한 배출량이 전체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서울의 아황산가스 오염도는 지난해 여름철인 6∼8월에는 평균 0.013PPM이었으나 겨울철인 12∼2월에는 0.079PPM을 기록할 정도로 편차가 크다.
아황산가스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먼지의 경우는 서울이 아직도 개발이 진행중인 미완성도시라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먼지는 각종 공사장·공장,그리고 자동차 운행에서 발생되는 것이 전체의 60%를 차지해 지하철공사와 아파트·고층건물 신축공사가 여기저기 벌어지고 있는 서울의 먼지오염은 심할 수 밖에 없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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